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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지음,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22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2.11.24.
그림책시렁 1098
《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글
김슬기 그림
바우솔
2022.5.20.
시골집 담을 없애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담장을 허물다》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시골집 담은 뭘까요? 시골에 왜 담이나 울타리를 쌓을까요? 담이나 울타리는 답답하거나 갑갑할까요? 예부터 어떤 살림살이를 건사하려는 손길로 이룬 담이나 울타리일까요? ‘시골 아닌 서울’은 좁은 터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립니다. 서울에서는 담이 없이는 보금자리를 조용하거나 아늑히 지키기 어렵습니다. 엿보지 못 하도록, 또 도둑이 못 들도록 쌓는 ‘서울 담벼락’입니다. 시골에서는 담보다는 울을 두었습니다. 바람이 드센 제주나 바닷가나 섬이라면 돌담을 제법 높게 쌓고, 여느 시골이라면 바자울을 놓거나 싸리울을 심거나 나무를 여러 그루 빙 두릅니다. 먼 옛날부터 이 땅에서 시골집 돌담은 바람이 그치지 않는 데에 세웠고, 시골집 울타리는 바람이 세지 않으나 숲짐승하고 사이를 긋는 노릇으로 여겼습니다. 싸리나무 울타리는 싸리비가 되고, 탱자나무나 찔레나무 울타리로 심은 나무는 보금자리를 살찌우고 새를 부르지요. ‘오늘날 담벼락’은 거의 ‘박정희 새마을바람’ 무렵 시멘트로 올렸습니다. 막힌 나라가 막힌 마을로 내몬 셈이니, 이런 담은 허물 만하지만, 그림책에서라면 시골집 살림길을 제대로 살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