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숲노래 마음노래 . 숲
너희는 숲을 몰라. 너희가 숲을 안다면 숲에서 살 테고, 늘 숲빛으로 살림을 지을 테고, 너희 말글은 언제나 숲가락으로 흐르는 숲노래일 테지. 너희는 숲을 배울 마음이 있니? 숲을 등진 채 서울(도시)에서만 돈을 벌고 이름을 얻고 일거리를 찾으려 한다면, 너희는 스스로 마음을 갉거나 몸을 무너뜨리는 셈이야. 참으로 모르겠니? 모든 밥·옷·집을 숲에서 얻지. 모든 숨결은 숲에서 어우러져. 너희가 몸을 입고서 살아가는 푸른별(지구)은 바로 이 숲이 있기에 저마다 다르게 숨결을 누리지. 이 별에 숲이 없으면 너희는 바로 숨막혀서 죽어. 배고파 죽기 앞서 숨부터 막히지. 생각해 봐. 너희는 보름도 달포도 굶을 수 있지만, 1초는커녕 0.1초나 0.01초라도 숨을 안 쉰다면 바로 몸이 먼지처럼 사그라들지. 숨을 쉴 수 있는 바탕이 숲이야. 이 숲은 들을 옆에 둔단다. 숲이며 들은 둘레에 바다를 둬. 드넓게 바다를 품기에 숲이 푸르고, 바다는 바다대로 맑아. 바다랑 숲은 서로 하나인 듯 다른 숨결로 만나. 그래서 푸른별에 온갖 목숨이 춤추고 노래하지. 들·숲·바다라는 결을 잊다가 잃으면, 사람부터 모든 목숨붙이는 먼지가 되지. 뭐, 그런데, 너흰 먼지가 되더라도 ‘먼지가 된 줄조차 모르는 먼지’이겠지. 슬플 일도 아쉬울 일도 모르는 채 하루아침에 잿더미에 갇혀. 숲은 모두 씨앗 한 톨부터 자랐어. 아름드리로 커다란 덩이가 똑 떨어지지 않았어. 아주 조그맣디조그만 씨앗 한 톨이 처음으로 ‘먼지 알갱이’마냥 이 별에 깃들었고, 이 티끌 같아 보이는 씨앗이 오래오래 꿈을 그리면서 천천히 자랐기에 풀꽃나무로 우거지는 숲으로 뻗었지. 넌 숲을 아니? 2022.11.20.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