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20.

오늘말. 약빠르다


둘레를 보면 약빠른 사람이 어김없이 있는 듯합니다. 잔꾀를 쓰며 살살 빠져나가요. 꾀바르게 달아나는데, 얕게 굴면 다들 아니까 제 발등을 스스로 찍는 셈일 텐데, 약빠리 짓을 못 그치더군요. 그들 스스로 짓궂거나 고약한 짓에 호되게 매운맛을 보아야 깨달을까요. 눈비음으로는 모래집을 올리는 덧없는 시늉일 뿐인 줄 모르는 듯싶어요. 하루하루 살며 돌아보노라면 깍쟁이는 늘 깍쟁이를 만납니다. 잿놈은 잿놈을 만나고, 꽃님은 꽃님을 만난다고 느껴요. 다만, 그들이 약삭빠리로 굴더라도 그쪽을 안 쳐다보면 되어요. 나쁘다고 여기면서 손가락질을 해본들 그쪽이 바뀌는 일이 없거든요. 닳아빠진 짓을 나무라기보다,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을 나아가면서 빛날 노릇이더군요. 씨앗을 심기에 씨앗이 싹터요. 씨앗을 안 심고서 투덜댈 적에는 투덜질만 되풀이해요. 새해머리에 지난걸음을 되새깁니다. 머나먼 길을 걸어왔어도 늘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새걸음을 내딛습니다. 씨뿌리기를 하면서 열매를 바라지 않아요. 별빛도 햇빛도 눈빛도 모두 빛꽃처럼 드리우기를 바라면서 고요히 사랑노래를 부릅니다. 아침을 여는 첫마디는 “오늘 하루를 즐겁게!”예요.


ㅅㄴㄹ


깍쟁이·꾀바르다·꾀·닳다·고약하다·나쁘다·궂다·얄궂다·짓궂다·약다·역다·약빠르다·역빠르다·약삭빠르다·약빠리·약삭빠리·잔꾀·눈비음·얕다·잿빛사람·잿빛놈·잿빛바치·잿사람·잿놈·잿바치 ← 간사(奸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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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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