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20.
오늘말. 가운몫
가두어서 키우는 집짐승하고 풀어놓아 돌보는 집짐승은 다릅니다. 가두면 누구나 괴롭고, 가두지 않으면 누구나 홀가분해요. 날개가 묶인 새는 슬퍼서 울고, 마음껏 날갯짓을 하는 새는 즐겁게 노래합니다. 아이하고 어른도 매한가지예요. 억지로 누르면 아이어른 모두 고단합니다. 스스럼없이 뜻을 펴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비로소 활짝 웃으며 무엇이든 이뤄요. 눌린 사람은 제 힘을 못 내요. 토막이 난달까요. 동강난 채 기우뚱하지요. 마음을 틔워야 몸을 열고 생각을 풀어냅니다. 꾹꾹 동여매면 어느 날 펑 터지고 말아요. 바깥바람을 가리려고 울타리를 칠 만하고, 안쪽에서 지내는 모습을 구태여 밖에서 구경해야 하지 않으니 가볍게 담을 두를 만해요. 이와 달리, 모두 똑같이 틀에 가두려고 울타리를 친다면 그만 스스로 깎는 짓이 돼요. 얼핏 닮아 보일 수 있지만, 비슷한 모습이란 다른 모습이에요. 저마다 나아가는 길이 다릅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 새로워요. 허물이 없이 바람처럼 마주하기에 빛납니다. 이쪽저쪽으로 가를 까닭은 없어요. 이쪽은 이쪽대로 나래를 펴고, 저쪽은 저쪽대로 날아오르면 돼요. 둘이 가운몫을 나누며 손을 맞잡습니다.
ㅅㄴㄹ
거의·마치·얼마·그저·-다시피·-처럼·-같이·닮다·비슷하다·같다·똑같다·나란히·가르다·나누다·노느다·쪼개다·억지·가볍다·조금·좀·살짝·살며시·작다·적다·가운데·가운몫·가운치·가운토막·도막·토막·동강·조각·깡동·몽당·꽤·제법·퍽·아주·깎다·깎아내리다·보름 ← 반(半)
가두지 않다·묶지 않다·가볍다·거리낌없다·스스럼없다·허물없다·활짝·훨훨·날개·나래·날갯짓·날다·열다·트다·풀다·끄르다·터지다·벌어지다·드티다·마음껏·마음대로·실컷 ← 개방적(開放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