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1.20.
숨은책 784
《‘아이큐 점프’ 1991년 22호 별책부록 1 드래곤볼 제2부 29》
편집부
서울문화사
1991.
어린날에 손에 쥔 살림돈(용돈)은 많지 않습니다. 살림돈으로 주전부리를 사먹는 일은 아예 없고, 책이나 날개꽃(우표)을 사거나, 돈터(은행)에 맡겼습니다. 사흘마다 마을 앞에 ‘그림꽃(만화)을 가득 실은 짐차’가 왔습니다. 새책으로 살 엄두는 못 내고, 철이 지나 버려야 한다는 그림꽃책을 헐값으로 샀어요. 언니하고 푼푼이 모아 《드래곤볼》을 새책으로 1∼42까지 짝을 다 맞춘 날은 몹시 기뻤는데, 설하고 한가위에 작은집 아이들이 놀러올 적마다 골치를 앓았어요. “빌려가도 돼요?” “언제 돌려주게?” “다음에 가져올게요.” “너, 그러고서 여태 안 가져왔잖아.” 안 빌려주겠노라 해도 작은집 아이들은 슬쩍 빼돌렸고, 다음 설·한가위에 시침을 뗍니다. 작은집은 작은아버지가 모든 ‘그림꽃 달책(만화잡지)’을 다 사주던데, 이 녀석들이 빌려가서 하나도 안 돌려주느라 잃은 그림꽃책이 수두룩합니다. 《‘아이큐 점프’ 별책부록 1 드래곤볼》을 2022년에 헌책집에서 꾸러미로 만났습니다. 어린날이 떠오르더군요. 그때 잃은 책은 여태 짝을 못 맞추지만, 덧책(별책부록) 몇 가지로 시름을 달랬습니다. 1992년부터는 덧책 뒤에 알림그림이 사라졌으나, 이 덧책 뒤쪽에 이레마다 다른 알림그림이 실린 모습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전부리도 다른 것도 장만하지 못 하던 살림돈이었으나 구경만으로 즐거웠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