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노래 . 숲노래 마음노래

임금님



‘입’은 이어가거나 이어주거나 이어놓는 ‘길’이야. 입이 잇는 숨결은 ‘목’을 거쳐서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막지. 목으로 넘길 수 있고, 목에 걸려서 뱉을 수 있어. 속에서 지은 숨결을 목을 거쳐 내보낼 수 있고, 목구멍까지 차올랐어도 꿀꺽 삼킬 수 있어. ‘임금’이란, 모름지기 뭇사람·뭇목숨을 하늘빛하고 잇는 자리야. ‘임금’은 가장 높거나 크거나 힘센 자리가 아니지. 뭇숨결, 그러니까 ‘땅(뭍)’에 깃든 모든 목숨붙이가 하늘빛·별빛·햇빛을 언제나 품고 생각하고 사랑하면서 삶·살림을 스스로 짓도록 길을 내놓고 내주고 밝히고 거드는 몫이자 자리이지. ‘임금’은 힘을 부리면 다 망가뜨리고 싸움을 일으키지. 너희 숱한 ‘임금’은 늘 힘꾼에 돈꾼에 이름꾼으로 머물더구나. 그러나 ‘임금’은 ‘잇는 몸·넋·길’ 노릇이어야 옳아. “잇는 몸이자 금”이려면 어질면서 슬기로울 일이지. 그냥 똑똑하기만 하면 잘난척하거나 자랑질에 갇혀 ‘이음길·이음목’이 아닌, 우두머리짓을 할 뿐이란다. 이때에 뭇사람 사이에 어질면서 슬기로운 이가 있다면 ‘임금’을 아기처럼 달래고 다독이고 품으면서 ‘길잡이’ 노릇을 깨닫도록 이끌 테지. 그런데 너희 나라를 보아하니, 숱한 사람들은 스스로 먼저 안 깨어난 나머지, 어질지도 슬기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상냥하게 깨우쳐 주지도 않고, 그저 삿대질만 하네. ‘잇는 노릇’을 잊은 어리석은 ‘임금’을 손가락질하면 그이는 오히려 더 바보스레 나뒹군단다. 왜 “미운 아이한테 떡 하나 더 준다”고 하는지 깨닫기를 바라. 사납게 바보짓을 하는 멍청이는 ‘사랑받은’ 적이 없거나 ‘사랑을 몰라’서, 사랑받으려고 마구 군단다. 2022.11.10.나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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