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
토니 클리프 지음, 조효래 옮김 / 책갈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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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1.14.

인문책시렁 248


《로자 룩셈부르그의 사상과 실천》

 파울 프뢸리히

 최민영 옮김

 석탑

 1984.9.15.



  《로자 룩셈부르그의 사상과 실천》(파울 프뢸리히/최민영 옮김, 석탑, 1984)을 곰곰이 읽습니다. 떠난 로자 룩셈부르그(1871∼1919) 님을 퍽 일찌감치 가까이에서 바라본 바대로 담아낸 드문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에도 죽임질(테러)이 벌어지지만, 지난날에는 죽임질이 훨씬 흔했는데,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갈 길을 새롭게 밝히려고 목소리를 내고 움직인 이들은 자꾸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죽이는 이, 죽이려는 이, 죽임질 심부름을 하는 허수아비는 낄낄거립니다. 이들은 이슬로 사라지는 불꽃을 보면서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러나 이슬은 풀꽃나무하고 숲을 살리는 숨결입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해가 아침마다 뜨기에 푸른별은 푸르면서 파란하늘빛으로 싱그럽고 따뜻합니다.


  모든 싸움은 우두머리가 일으키고, 허수아비가 총알받이로 쓰러집니다. 모든 싸움은 사랑을 찍어누르려 하고, 언제나 사람을 위아래로 갈라서 서로 다투도록 부추깁니다.


  갈아엎는다는 ‘혁명’이지만, 물결친다는 ‘혁명’이고, 타오른다는 ‘혁명’이지만, 들풀이라는 ‘혁명’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으로 보든 ‘혁명’이라고 하는 길은, 서울빛으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 쟁기질로 갈아엎으면 씨앗을 심거나 보금자리를 지을 노릇입니다. 우글우글 바글바글 물결치는 서울이 아닌, 들꽃으로 물결치는 터전에서 삶을 지을 노릇입니다. 미움이 타오르는 서울에서 아귀다툼을 벌일 노릇이 아닌, 열매가 익도록 떠오르는 해를 품는 터전을 품을 노릇이요, 누구나 스스로 들풀로 어깨동무하는 곳에 비로소 사랑이 깨어납니다.


  곰곰이 보면 숱한 혁명가는 서울(중앙정부)로 모였습니다. 참으로 갈아엎거나 물결치거나 타오르면서 들풀로 자리를 잡으려면, 외려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살림을 지을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허수아비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나 감투꾼을 쓸어내는 가장 쉬우면서 빛나는 길은 ‘손수짓기(자급자족)’입니다. 씨앗 한 톨을 손바닥에 얹고서 멧새를 부르고 벌나비를 부르는 곳에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레 새길(혁명)을 연다고 느낍니다. 떠난 이슬을 기립니다.


ㅅㄴㄹ


폴란드의 모국어 사용은 학생들 사이에서마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고 러시아인 교사들은 이 금지령을 강제시행하기 위해 비루하게도 밀고자가 되었다. 이처럼 편협한 탄압책은 학생들의 저항정신을 일깨울 수밖에 업었다 … 로자 집안의 자유주의정신과 폴란드민족의식, 일찌기 싹튼 절대주의에 대한 타오르는 증오와 도전적인 독립정신은 어린 그녀를 학교의 이 저항운동으로 몰아넣었다. 실제로 그녀는 단순히 가장자리에 서 있던 것이 아니라 그 운동의 선두에 있었다. (26쪽)


불타는 듯한 증오로 그녀는 자연경제에 대한 자본의 투쟁을 그려낸다. 이러한 싸움을 거는 사람들(자본가들), 즉 권력에 대한 게걸스런 탐욕을 갖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문명과 문화의 가치에 대해 자만하는 자칭 ‘문화의 전파자’들은 타민족들을 억누르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의존하고 있는 고래의 문화와 생산물을 파괴하고 기아와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지구상에서 쓸어없애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잔인하게 위선적으로 해치우면서, 자본주의의 씨가 발아해서 번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 잔인한 유혈의 과정을 인디아와 알제리를 예로 들면서 묘사한다. (191쪽)


혁명적인 러시아의 이후의 발전에 대한 로자의 예측은 들어맞지 않았다. 그녀는 적군(赤軍)이 계속 유지되고 위대한 10월혁명의 뒤에 ‘사회주의’라는 거짓된 상표가 붙은 관료국가자본주의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예측한 대로 소부르죠아 농민자산계급의 집단적 봉기가 반혁명을 초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결국 민주주의의 완전한 파괴와 농민자산계급에 대한 제도적인 개혁조치가 있었을 뿐이다. (358쪽)


#RozaliaLuxenburg #PaulFrolich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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