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숲노래 사랑꽃 2022.11.13.
숲집놀이터 277. 도시는 나쁠까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시골은 나쁘다”고 여길는지 모르고,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서울은 나쁘다”고 여길는지 모른다. 하나는 뚜렷하다. 서울이든 시골이든 스스로 마음에 들거나 사랑하는 곳에서 살아간다. 시골이 덜 마음에 들기에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이 마음에 들 수 없어 서울에서 안 산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버이나 둘레 어른이 안 가르쳤어도 스스로 몸마음으로 느껴 “우리는 서울에서 안 살겠어요. 우리는 학교라는 틀에 박힌 수렁에도 가지 않겠어요.” 하고 말했다. 가만히 보면 둘레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한테 “서울에서 살면 이런저런 게 좋고, 학교에 가면 이런저런 게 좋아.” 하고만 말한다. 서울이나 배움터에서 무엇이 말썽이거나 뒤틀리거나 얄궂은지는 말하지 않더라. 아마 그분들 스스로 생각조차 안 한 대목이겠지. 시골에서도 얄궂은 모습은 으레 볼 수 있다. 서울에서도 돋보이는 대목은 많다. 그렇지만 전라도하고 경상도가 있듯, 강원도하고 충청도가 있듯, 제주도하고 경기도가 있듯, 다 다른 고장에서 저마다 푸르게 꿈을 키워서 하루를 일구기에 즐겁다. 어느 시골아이가 ‘서울·학교’가 어느 대목에서 얄궂고 말썽이며 끔찍하다고 생각을 밝힌다면,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서울·학교’에서 곪은 구석을 차근차근 바로잡거나 고치거나 손질할 수 있어야 비로소 ‘어른’이란 이름을 쓸 만하다고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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