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
케이트 메스너 지음, 팰린 코치 그림, 김미선 옮김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2.11.13.

인문책시렁 251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

 케이트 메스너 글

 팰린 코치 그림

 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6.10.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케이트 메스너·팰린 코치/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닌 이웃나라 사람이 쓴 글이어서 책으로도 나오고 읽힐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 나라에서는 이 책에 적힌 줄거리만큼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목소리조차 ‘가짜뉴스’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지워버리려 하거든요.


  미리맞기(예방접종)를 다룬 꼭지를 보면 “천연두 예방접종으로 2퍼센트가 죽었다”고만 말할 뿐, ‘부작용은 얼마나 되는가’는 말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은 2/100요, 다치거나 앓거나 아이들한테 씨(유전자)로 이어간 사람도 수두룩했을 텐데, 이 대목은 짚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도 지난날에도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사망률을 낮추는 데에는 아주 큰 효과를 보았(58쪽)”다고 말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미리맞기를 하지 않을 적에 죽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도 따져야 할 텐데, 이 대목도 언제나 쉬쉬하게 마련이에요. 더구나 미리맞기를 할 적에 누가 죽거나 다치거나 앓아도 나라에서 값을 치러거나 잘못을 비는 일마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리맞기’를 한다면서 나라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퍼붓는데, 이런 데에 돈을 퍼붓지 말고, 모든 마을이 숲빛으로 푸르게 거듭나도록 돈을 쓸 적에, 비로소 아프거나 앓는 일이 없으리라 느낍니다.


  돌림앓이가 퍼졌다고 하는 지난 몇 해 사이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누리 여러 나라에서 ‘미리맞기 탓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또렷이 안 밝힙니다. 미리맞기로 죽은 사람한테 잘못을 빌거나 값을 치른 나라는 얼마나 있을까요? 아니, 목숨값을 어떻게 치를 수 있을까요?


  드센 고뿔에 걸리더라도 느긋이 쉬고 밥을 한동안 끊고 고요히 마음을 다스리면 찬찬히 낫습니다. 쉬잖고 일하기에 쓰러집니다. 근심걱정을 달고 사니까 무너집니다. 알맞게 일할 수 있고, 집이며 마을이 숲으로 둘러싸인 터전이면서, 부릉부릉 매캐한 바람이 일지 않는 나라라면, 아프거나 앓는 사람은 사라질 만해요.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푸른별 어느 나라도 서울(도시)을 더 키울 뿐입니다. 부릉이를 줄이지 않아요. 들숲메를 밀어없애면서 잿더미(아파트)를 더 올리려 합니다.


  곰곰이 보면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푸른별이 아닌 ‘허방에 빠진’ 사람들이지 싶습니다. 입가리개도 미리맞기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참모습·참삶·참넋·참사랑·참길을 바라보려는 마음을 스스로 오롯이 일으킬 적에만, 누구나 스스로 지킬 수 있습니다. 허방다리 같은 뜬말은 바로 나라에서 퍼뜨립니다. 나라 이야기에 귀를 닫고서 우리 보금자리를 바라볼 때라야 이 푸른별이 아름답겠지요.


ㅅㄴㄹ


전염병에 관한 이러한 소문은 사실과 달라도 사람들에게 그다지 해롭지 않지만,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자신을 겁주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어요. (36쪽)


‘불편’과 ‘손해’는 사실 큰 문제였어요. 예방접종은 정말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거든요. 사람들이 천연두에 약하게 걸리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접종한 사람들 중 약 2퍼센트는 목숨을 잃고 말았답니다. 그럼에도 천연두에 걸린 사람들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에는 아주 큰 효과를 보았어요. (57∼58쪽)


독감에 걸린 사람은 대개 1∼2주 정도 앓다가 좋아져요. 하지만 몇몇은 더 심한 증상을 겪기도 해요. 세계 보건 기구는 해마다 약 10억 명이 독감에 걸리고 이 중에서 최대 65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121쪽)


이렇게 다른 이들 탓으로 돌리는 전략은 비단 독감에만 해당하지 않아요. 어떤 나라에서 전염병이 창궐할 때, 국가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에 화살을 돌리는 일은 여전히 흔하답니다.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든 되지 않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리려는 속셈이지요. (1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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