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9.

오늘말. 고루터


이제는 배움터(학교)를 오래 다닌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더 배우기에 더 똑똑할 만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만큼은 더 배움터를 다닐수록 동무끼리 괴롭히기 일쑤요, 마침종이(졸업장)를 내세워 이웃을 억누르는 바보짓을 일삼기도 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와 짓밟을 무렵 힘바라기(권력 추종)를 하며 빌붙은 이들은 하나같이 ‘배움터를 오래 다닌 먹물’입니다. 글을 더 익힐수록 나눔터를 열거나 고루터를 이루려는 마음보다는, 어쩐지 이녁 한몸을 건사하려는 마음이 크구나 싶어요. 배움터란 배움살림이어야 할 텐데, 우리는 살림이 아닌 부스러기(지식)에 사로잡힙니다. 열린누리로 뻗는 배움길이 아닌, 셈겨룸(시험)을 거쳐 서로 때리고 물어뜯으면서 혼자 살아남으려는 다툼판이 불거져요. 마루를 잊으며 잃은 탓이기도 합니다. 바람이 드나들고 누구나 오가는 열린자리인 마루가 사라지고 ‘거실·리빙룸’ 같은 바깥말에 휩쓸리면서, 트인 마당도 잊고 말아, 그만 동무나 여린이를 못살게 굴면서 쌈지를 챙기는 고약한 버릇이 싹트는구나 싶어요. 이웃을 깎으니 겨레도 깎아요. 스스로 볶아치면서 마음을 태워 버립니다.


ㅅㄴㄹ


나눔칸·나눔터·나눔판·나눔마당·나눔밭·나눔자리·나눔뜰·마루·열린칸·열린터·열린마당·열린모임·열린누리·열린자리·열린판·고루누리·고루마당·고루판·고루터·두루누리·두루마당·두루판·두루터 ← 공용공간, 공유공간


괴롭히다·괴롭힘질·괴롭힘짓·다치게 하다·못살게 굴다·들볶다·들볶음질·등쌀·주리·주리틀다·때리다·때린이·때린쪽·뜯다·물어뜯다·쥐어뜯다·볶다·볶아대다·볶아치다·억누르다·짓누르다·짓뭉개다·짓밟다·짓밟히다·짓이기다·짓찧다·짓밟음질·짓이김질·짓찧음질·태우다·태움·겨레깎기·겨레뜯기·겨레볶기·겨레밟기·이웃깎기·이웃뜯기·이웃볶기·이웃밟기 ← 가해(加害), 가해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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