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수수밭 창비시선_다시봄
천양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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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11.8.

노래책시렁 257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창작과비평사

 1994.10.31.



  중국을 섬길 뿐 이 나라 작은사람을 바라보지 않던 옛 글바치는 중국말·중국글을 썼습니다. 임금·벼슬아치·나리(양반)가 매한가지입니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한테 빌붙을 뿐 이 나라 수수한 흙지기를 마주하지 않던 옛 글바치는 일본말·일본글을 썼어요. 우두머리·벼슬꾼(공무원·관리)·길잡이(교사)가 똑같습니다. 1945년 8월에 일본이 두손들었어도 이 물결은 안 바뀌더군요. 일본글도 중국글도 걷어내자는 들사람(평민·민중·백성·인민·서민) 목소리에 귀를 닫았지요. 이제는 영어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요. 《마음의 수수밭》을 읽으며 숨막혔습니다. 툭하면 한자를 드러내는데, 저는 열 살에 한자를 떼고 열네 살에 《목민심서》를 읽었기에 한자말을 밝힌 글이 안 어렵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쏭달쏭할 뿐입니다. “勇猛精進 들어간 국민학교 내 친구(38쪽)”, “말들, 言路들(26쪽)”, “眞路는 어느 쪽일까(12쪽)”, “생생한 生(15쪽)”, “오늘 無優殿에 들고 말았네(21쪽)”, “待春賦! 그대여, 나의 春夢은(24쪽)”, “들菊을 곁눈질하다(32쪽)”, “물방울같이 환한 水官이 그립다(61쪽)”는 우리말이 아닙니다. 창피합니다. 글어른(원로작가)이 이런 판이면 새내기가 뭘 배울까요?


ㅅㄴㄹ


나는 아직도 밀지 못한 절망이 많다고 믿는다 / 아, 한때의 꿈들 / 온라인으로 이어지고 / 잠시 나는, 만기로 저축해둔 / 꿈 하나를 통장에서 꺼낸다, 새의 / 알을 꺼내듯이 조심스럽게 (은행에서/41쪽)


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 / 발효된 내 거대한 心筒에 / 묵은 찌꺼기 누추하다 (세상을 돌리는 술 한잔/102쪽)


천양희 씨는

1994년뿐 아니라

요즈음도

글을 이렇게 쓰더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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