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1.
《아무튼, 순정만화》
이마루 글, 코난북스, 2020.2.1.
어제는 바람이 세고 차갑고 구름밭이 넘실거렸다면, 오늘은 바람이 자고 조용하며 구름이 없다. 빨래가 잘 마르는 소리를 듣는다. 작은아이하고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녁에는 별빛을 헤아린다. 《아무튼, 순정만화》를 아쉽지만 반가이 읽었다. 아니, 반갑지만 아쉽다고 해야 할까. 박연·문계주·이보배 같은 이름을 볼 수 없고, 타카하시 루미코·이마 이치코·우루시바라 유키 같은 이름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고도 하겠지만, 곁수다 말고 만화수다를 펴면 될 텐데 자꾸 딴길로 샌다. 사랑그림꽃(순정만화)을 다루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도 하지만, 그림꽃(만화)을 이야기하는 책부터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른바 ‘만화비평’을 하는 이들은 ‘철없는 소년만화’에 지나치게 기울 뿐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몇몇 그림꾼 이야기에서 맴돌다가 그친다. 그림꽃은 글하고 그림을 나란히 품는 갈래이다. 두 길을 왼손하고 오른손으로 삼듯 품기에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그릴 만하다. 곰곰이 보면, 우리는 굳이 일본에서 붙인 ‘순정만화·소년만화’란 틀을 따를 까닭이 없다. 사랑을 다루는 그림꽃을 느끼고,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그림꽃을 느끼면 된다. 언젠가 그림꽃을 다루는 책을 손수 내놓겠지만,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