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연애를 꺼내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시
민용태 엮음 / 고즈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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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10.31.

노래책시렁 254


《時間의 손》

 민용태 글

 문학사상사

 1982.12.10.



  서울은 사람이 밀리고 밟히지만, 아직도 시골은 어린이·푸름이를 서울바라기(in Seoul)로 내몹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서울을 뺀 거의 모든 고장이며 시골에서 ‘사람받이(인구유입)’를 하려고 해마다 엄청나게 돈을 쏟아붓는데, 정작 어린배움터·푸른배움터는 아이들을 서울로 떠나보내는 얼거리예요. 앞뒤 어긋난 모습을 바로잡거나 다스리려는 나라지기·고을지기는 영 안 보입니다. 그런데 시골이나 작은고장 어버이부터 아이들을 서울로 내보내야 훌륭한 노릇이라고 여겨요. 《時間의 손》을 오랜만에 되읽으며 글님 예전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책에서 글님 스스로 “나는 꽤 미남이다”라 밝히기도 합니다만, 이이가 한국외대에서 젊은이를 가르치는 ‘교양 강좌’에 그렇게 순이(여학생)가 많이 듣고, 돌이(남학생)는 얼씬도 안 했어요. 저는 이이가 어떤 글바치인 줄 느꼈기에 이이한테서 뭘 들을 마음이 없었는데, 멋모르고 들어간 돌이는 앞에서 창피한 꼴을 보고서 달아났어요. 순이는 치마를, 더구나 짧은치마를 입고 들으면 셈값(점수)을 더 주는 짓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서울바라기, ‘in Seoul’,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다 뭘까요?


ㅅㄴㄹ


체구는 작지만 나는 꽤 미남이다. / 내 집에는 여자들이 끊일 날이 없다. / 물론, 조용한 날도 없다. 그러나, // 이번 상대는 돈 많은 과부다. / 인천서 만난 생명의 은인이다. / 처음 한때는 돈 궁한 줄 모르고 살았다 … 어떻든 / 나의 性은 자존심보다 강하다. / 내 위치가 아래건 위건 / 벌거벗은 내 육체는 하체를 축으로 / 팽이처럼 / 곤두선다. (아이 러브 유/35∼36쪽)


무작정 방공호로 끌고 들어간 것은 어머니였다 / 밖에는 우르릉 쾅쾅…… / 나는 숨이 막혀 울려고 했다. / 그때 내 목을 쥔 건 어머니였다. / 나는 내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 산은 푸르러서 좋았다. / 딸기는 달콤해서 좋았다. … 아버지는 사변통에 / 책을 다 읽어버렸다고 한숨이시다. / 나는 사변 후에 / 서부활극의 재미를 알았다. (하모니를 위하여/45∼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서울바라기, ‘in Seoul’, ‘서울에 있는 대학교’

이 모두를 걷어치우는 첫걸음을

이제부터라도 내딛어

애꿎은 젊은넋이

이슬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다운 어른이 늘기를 빌 뿐이다.


쓸쓸하면서 안 쓸쓸한 일 하나.

민용태란 이가 교수 노릇을 하던 그무렵

또래나 뒷내기한테

“꼭 미니스커트를 입고 그놈 강의를 들어야 해?”

하고 물으니

“너는 점수 못 따니 시샘하는구나?”

하면서

짧은치마에 살을 훤히 드러내는 차림으로

민용태란 교수가 연 교양강좌를

강당이 꽉 차도록 들으러 몰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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