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10.28.

오늘말. 휩쓸리다


아이들은 가볍게 걷습니다. 적잖은 어른은 아이들이 함부로 움직인다고 여기곤 하지만, 아이들 발걸음은 춤짓입니다. 마구 구는 아이들이 아닌, 한 발짝을 떼는 작은 몸짓조차 춤노래로 즐기는 웃음꽃입니다. 아이들은 오두방정을 떨지 않아요. 아이들은 마음을 쏟을 곳이 있으면 한나절이고 두나절이고 꼼짝을 않고서 지켜볼 수 있어요. 배고픈 줄 잊고서 뛰놀아요. 겉으로 훑을 적에는 어린이 마음도 못 읽지만, 풀꽃 속내도 못 읽고, 빗방울 이야기도 못 느끼게 마련입니다. 어린이가 훌륭히 자라기를 바라지 말아요. 어른부터 스스로 아름답게 살림을 가꾸면서 사랑스럽게 하루를 지으면 됩니다. 뛰어나거나 빼어나게 재주를 키워도 안 나쁘되, 이보다는 마음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추슬러서 언제나 곱게 얘기하고 생각을 드러내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남한테 내보일 재주가 아닙니다. 하루를 일굴 자그마한 손길입니다. 춥네 덥네 호들갑을 떨지 말고, 날씨를 우리 마음으로 다스려 봐요. 휩쓸리는 자리에는 생각도 뜻도 오가지 못 합니다. 멋스럽게 꾸미는 자리에는 참마음이나 참소리가 깃들지 못 해요. 차분하면서 기쁘게 꿈꾸는 자리에 비로소 새싹이 돋습니다.


ㅅㄴㄹ


가볍다·마구 굴다·함부로 움직이다·휘둘리다·휩쓸리다·춤추다·작다·자잘하다·잘다·쪼잔하다·대수롭잖다·하찮다·모자라다·변변찮다·깐족거리다·설치다·호들갑·방정맞다·오두방정 ← 경거망동


말·말씀·얘기·이야기·뜻·마음·생각·목소리·목청·소리·나타내다·드러내다·보이다·내보이다·밝히다·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좋다·옳다·맞다·멋스럽다·멋지다 ← 고견(高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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