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마녀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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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10.25.

맑은책시렁 274


《꼬마 마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6.25.



  《꼬마 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는 매우 아름다이 풀어낸 숲아씨(그렇지만 숲할매) 이야기라고 느낍니다만, 우리말로 나온 책은 어느덧 판이 끊깁니다. 이 책은 이오덕 님이 글다듬기를 해주어 다른 어린이책에 대면 말결이 부드럽고 상냥할 뿐 아니라 퍽 쉬워요. 그래도 ‘-의’나 ‘위하다·-게 하다’ 같은 옮김말씨는 곳곳에 나옵니다. 아이들하고 이 아름책을 함께 읽으려고 군데군데 더 글손질을 해놓았습니다. 다른 어른들한테는 낯익한 한자말이라 하더라도 한결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로 고쳐놓기도 했어요.


  아이하고 함께 읽는 책은 굳이 책에 글붓(연필)으로 죽죽 긋고서 ‘쉬운 우리말’을 적어 넣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입으로 펴는 말을 듣고서 배우기도 하지만, 줄거리가 아름답거나 알찬 책을 글로 읽으면서도 배우거든요. 어쩌면 오늘날은 ‘어른들이 입으로 하는 말’보다 ‘어른들이 손으로 남긴 글’로 말을 더 많이 배운다고 할 만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돌보는 어버이로서뿐 아니라, 글을 쓰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미는 어른으로 책을 바라보는데, 어린이책이건 그림책이건 어른책이건 ‘글을 말답게 옮기거나 적는 일’이 뜻밖에 적어요. 겉보기로는 어린이책이되 어린이를 오히려 헤아리지 않는 책이 많달까요?


  어린이책 《꼬마 마녀》는 ‘가장 어린 숲할매(마녀)’가 ‘나이 많은 숲할매’ 사이에서 새롭게 살림을 배우고 사랑을 익히면서 숲빛을 상냥하게 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어른 틈바구니에서 용쓰는 아이’를 보여주는 얼거리인데, 큰고장(도시)이 아닌 숲(자연)에서 눈빛을 틔우고 마음빛을 살찌우는 하루를 그린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한 줄거리나 이야기를 살피면, 오늘날 이 나라에서 숱한 어른들이 함부로 망가뜨리거나 어지럽히는 ‘쉬운 우리말’을 곰곰이 돌아볼 만해요.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혀서 배움책(교과서)이 아니면 등돌려야 하나요? 아이들은 바깥살이(사회생활)를 하는 톱니바퀴(부속품)여야 하나요, 아니면 아이들은 차근차근 스스로 부딪히고 마주하면서 하나씩 새롭게 누리고 가꾸는 숨결이면 되나요?


  숱한 어른들은 요새 어린이·푸름이 말씨가 사납거나 거칠다고 나무라는데, 어린이·푸름이가 쓰는 모든 사납거나 거친 말씨는 바로 어른이 먼저 씁니다. 어른이란 이름인 사람들이 쓰기에 아이들이 듣고 보고 배워서 따라합니다. 아이들을 탓하기 앞서 어른들을 탓할 노릇이에요. 《꼬마 마녀》에 나오는 ‘어린 숲할매’는 바로 이 대목을 파고듭니다. 어른들이 아이(꼬마 숲할매)를 탓하고 괴롭히는 바보스러운 얼거리를 아이(꼬마 숲할매)는 ‘한 해 동안(봄여름가을겨울)’ 천천히 되새기고 새롭게 가다듬어서 ‘어른들을 오직 사랑으로 달래면서 부드러이 나무라는 길’을 즐겁고 재미나게 풀어냅니다.


ㅅㄴㄹ


“좋은 마녀가 되기로 여왕 마녀에게 약속했다면서? 앞으로는 좋은 일을 위해서만 요술을 부려야 하잖아. 좋은 마녀라면 나쁜 요술은 안 부려. 그러니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싹 잊어버려!” (29쪽)


“고모가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 내년까지 네가 좋은 마녀가 못 되면, 그 고마가 제일 좋아할걸. 그 못된 고모를 즐겁게 해주고 싶니?” 물론 꼬마마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어. (42쪽)


오랫동안 열심히 요술 연습을 하고 나면 머리를 좀 식혀야 하지. 다시 빗자루를 갖게 된 꼬마마녀는 가끔 숲속을 걸어다니는 여유도 생겼어. 왜냐하면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과 걸어다니기도 한다는 건 다른 거니까. (44쪽)


“내가 수수께끼처럼 말했다고? 사실은 간단해! 군밤자우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요술을 부렸잖아. 그런데 그 요술을 왜 너한테는 쓰지 않았니?” “아차!” (1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절판이 아니었나?

절판이 아닌

살 수 있는 책으로 뜨네.

알쏭달쏭하다.

절판이 아니라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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