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투덜거리며 빛나는 (2022.8.23.)

― 부천 〈빛나는 친구들〉



  불날(화요일) 아침을 부천에서 맞이합니다. 오늘은 저녁에 인천으로 이야기마실을 갑니다. 그때까지 빈틈을 책숲마실로 누리려 합니다. 부천나루 길손집부터 천천히 걸어서 부천여고 앞자락에 있는 〈빛나는 친구들〉로 찾아갑니다. 여름볕은 후끈하고, 여름나무는 짙푸릅니다. 이 여름에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걷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햇볕이 잘 비추는 길을 혼자 푸지게 즐깁니다.


  해는 언제 어디에나 들게 마련이지만, 모든 곳에 비추지는 못 하는 오늘날입니다. 지난날에는 어디나 고르게 해가 비추었지만, 이제는 높다랗게 솟는 잿빛집이 이웃집에 비출 해를 모조리 막기 일쑤예요. 햇볕 한 줌을 나누던 마음은 끝일까요.


  책꾸러미를 가슴에 안고서 사뿐사뿐 걸어 〈빛나는 친구들〉에 닿고 보니, 책집이름처럼 부천여고 앞을 빛내는구나 싶어요. 예전에는 배움터(초·중·고등·대학교) 앞에 으레 책집이 여럿 있었어요. 이제는 배움터 앞에서 책집이 자취를 감추고, 글붓집(문방구)마저 사라지려 합니다. 부천여고 길잡이(교사)하고 배움이(학생)는 이녁 배움터를 오가는 길목에 늘 바라보는 마을책집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눈부신가를 아직 못 느낄 수 있지만, 천천히 느껴 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일은 어려울 수 없습니다. 스스로 어렵다고 여기는 마음으로 가기에 어려워요. 스스로 고되다고 여기는 마음으로 있기에 고됩니다. 스스로 신바람으로 콧노래를 부르니 신나는 일입니다. 스스로 춤추고 노래하면서 일손을 잡으니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일이 신명납니다.


  신나게 노는 아이를 지켜보기만 해도 어쩐지 새로 기운이 솟아서 즐겁게 걸어다닐 수 있어요. 신나게 놀다가 곯아떨어진 아이를 안거나 업기만 해도 그야말로 새로 기운이 샘솟아서 신나게 걸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말이 됩니까?” 하고 따지는 분을 퍽 보았어요. 빙그레 웃으며 “두 아이를 낳아서 돌보며 날마다 누리고 느낀 사랑인걸요.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뛰논 아이가 까무룩 곯아떨어질 적에 한 손으로 안고서 다른 손으로 부채질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나날이었답니다. 이렇게 사랑스레 뛰노는 아이를 지켜보고 돌아보고 다독이노라면, 어버이라는 자리는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 길인가 하고 새삼스레 배워요.” 하고 대꾸했어요.


  뜨거운 여름날 뜨거운 잎물을 한 그릇 마십니다. 여름에는 뜨겁게 끓인 잎물이 몸을 살린다고 느껴요. 겨울에는 찬물로 몸을 씻으면서 새록새록 몸이 살아난다고 느껴요. 어쩌면 거꾸로 가는 삶이라 여길 테지만, 투덜거리면서도 빛날 수 있고, 노래하면서도 빛날 수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사이입니다.


ㅅㄴㄹ


《파친코 1》(이민진, 인플루엔셜, 2022.7.27.첫/2022.8.5.2벌)

《에센스 B국어사전》(편집부, 프로파간다, 2019.2.1.)

《우리말 활용사전》(조항범, 예담, 2005.10.1.첫/2016.7.7.8벌)

《투덜그라피 사연집, 어쨌거나 같이씹자》(공인애, 브라이트프렌즈, 2020.4.2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