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노래
볼만하다
커다란 나무가 볼만하니? 자그만 나무가 볼만하니? 넌 나무를 ‘볼만한가 안 볼만한가’로 가를 수 있니? 누가 초라하니? 어떤 일이 보잘것없니? 어느 때 꾀죄죄하니? 누가 반갑니? 어떤 일이 즐겁니? 어느 때 신나니? 해볼 만한 일이란 없어. ‘하면서 배우는 일’만 있단다. 볼만한 모습이나 자리는 없어. ‘다 다른 숨결로 다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하고 자리’가 있을 뿐이야. 지레 깎지 말고, 자꾸 추키지 마. 그대로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렴. 네가 그대로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면 다 사랑으로 바뀐단다. ‘사랑일 적’에는 ‘볼만한가 안 볼만한가’를 부드러이 녹여서 네 눈길을 틔운단다. 네가 사랑으로 달래기에 ‘할만한 일’이 아닌 ‘사랑스런 일’이 돼. 네가 사랑으로 가꾸기에 ‘쓸만한 것’이 아닌 ‘사랑스런 것’이 돼. 그러니까, 네가 짜증을 내면 ‘볼만한 무엇’은 ‘짜증스런 무엇’이 되지. 네가 골을 내면 ‘할만한 일’이 ‘골나는(성나는) 일’이 된단다. 네가 미움이란 씨앗을 심기에 무엇이든 ‘밉고’ 말아. 네가 버럭버럭 소리지르거나 틱틱거리기에, 무엇이든 바스라지거나 깨지거나 빛을 잃어. 서두르지 마. 걱정하지 마. 서두르니 다 바스라져. 걱정하니 몽땅 깨져. 구름을 보렴. 너희 삶터를 말끔히 씻어 주려고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간 물방울이 하얗게 뭉쳐서 춤추는 모습을 보렴. 네 마음이 별빛으로 구름빛으로 물들면서 반짝이도록 오로지 사랑을 그려서 담으렴. 2022.10.14.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