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노래



모든 말은 뜻이 하나가 아니야. 영어도 한자도, 너희가 쓰는 말도. 영어나 한자만 ‘한 가지 소리인 말’이 뜻이 여럿일까? 너희가 쓰는 말도 ‘한 가지 소리에 여러 뜻’인 줄 제대로 느끼거나 아니? ‘들어맞는 말’을 찾으려고 하지 마. ‘생각을 나타낼 말’을 골라서 쓰렴. ‘맞는 말’을 하려고 애쓰지 마. ‘생각을 그려서 나눌 말’을 부드럽게 상냥히 하렴. 너희가 쓰는 말을 처음 지은 사람은 마음을 소리에 담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처음에는 한 곳을 가리킬 적에 하나로 쓰던 말일 텐데 누가 언제 어떻게 쓰임새를 넓히고 깊이 이끌었을까? 너희는 너희가 물려받아서 쓰는 말에 뜻·느낌·생각을 넓히거나 깊이 가꾸니? 아니면 둘레엣 쓰는 그대로 좇니? 너희는 너희 마음을 나타낼 말을 그때그때 새로 짓니?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엮어 놓은 말을 찾아보면서 짝을 맞추려고 하니? 왜 어느 낱말은 열·스물·서른·마흔·쉰 가지 뜻이나 쓰임새가 있을까? 너희는 어떻게 열·스물·서른·마흔·쉰 가지로 뜻·결·쓰임새가 다른 말을 마음껏 쓸 수 있을까? 네 마음은 네가 말로 터뜨리고 낯빛·몸짓으로 보여주기에 나눈단다. 네 마음은 스스로 고요히 사랑일 적에 가장 밝게 드러나서 굳이 말이 없어도 되지. 고요히 사랑이 아닐 적에는 찬찬히 노래하면서 사랑을 그릴 만해. ‘말’도 노래 가운데 하나란다. ‘사랑을 그리는 마음’이 없이 말을 혀에 얹으려고 하면, 딱딱하거나 차갑거나 메마르게 마련이다. 듣는 쪽에서도 느끼고 말하는 쪽에서도 느껴. 너는 네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너 스스로 딱딱하거나 차갑거나 메마르게 내모는 말을 하면서 즐겁니? 언제 어느 곳에서나 같아. ‘싫어하는’ 마음은 네 숨결을 스스로 ‘시시하게’ 갉는단다. 2021.12.29.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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