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7.


《꽃의 실험》

 김정화 글, 그루, 2022.7.25.



작은아이랑 읍내마실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살짝 흩뿌리는 가을비를 만난다. 오래 굵게 내리지는 않기에 가을더위를 못 식히네. “그래도 반가워. 고마워. 네가 구름이 되어 날아오기 앞서 어느 바다에서 놀았는가 하고 떠올려 볼 수 있거든.” 모든 비는 구름이고, 모든 구름은 아지랑이요, 모든 아지랑이는 바다이다. 모든 바다는 냇물이었고, 모든 냇물은 샘물이었고, 모든 샘물은 빗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바다도 빗물도 샘물도 아닌 꼭짓물(수돗물)에 기대어 살면서 바다도 비도 샘도 잊는다. 풀벌레노래는 오늘 하루도 가득하다. 대구 이웃님이 펴낸 노래책(시집)인 《꽃의 실험》을 읽었다. 김정화 님은 ‘숲하루’라는 글이름을 쓰고, 〈배달겨레소리〉에 삶글을 꾸준히 띄우시기도 한다. 노래란 언제나 삶을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옮기는 글가락이니, 누구나 다르면서 즐거이(웃음·눈물로) 이야기를 여밀 만하다. 다른 노래님(시인)을 안 쳐다보고서 스스로 이 삶을 노래하기에 글이라 할 수 있다. 삶이 있기에 노래이고 글이다. 삶을 사랑하면서 살림을 가꾸기에 글이자 노래이다. 더 낫거나 덜 나은 노래나 글은 없다. 둘레(도시문명·사회생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글길을 여미시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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