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6.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이세 히데코 글·그림/고향옥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0.5.5.
다음 달날(월요일)에 새롭게 이야기마실을 가기에, 오늘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몰고 찾아가서 꾸러미를 부친다. 그야말로 낮은 무덥다. 해가 지고서야 숨을 돌릴 만하다. 들길을 돌아보면 나락이 잘 익는다. 여름하고 가을에 내리쬐는 넉넉한 볕을 품기에 나락에 따스히 기운이 스미겠지. 일찍 심어 일찍 나락을 벤 이웃 어르신들은 길바닥에 살살 펴서 햇볕에 말린다. 가을은 이렇게 나락이며 열매를 말리는 철이니 비가 뜸할 만하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을 오랜만에 되읽는다. 이분 그림책을 곁에 둔 지 꽤 되었구나 싶다. 《나무의 아기들》 같은 그림책은 대단히 아름답다. 나무·바람·꽃을 다루는 줄거리는 돋보이는데, 뜻밖에 사람·마을·나라를 다루는 줄거리는 못 미친다고 느낀다. 모두 잘 그려내야 하지는 않으나,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면 그만 어깨힘(멋부림)이 들어가더라. 사람은 나무처럼 그리고, 마을은 바람처럼 그리고, 나라는 꽃처럼 그리면 될 텐데. 사람을 바라보며 나무를 생각하고, 마을을 바라보며 바람을 떠올리고, 나라를 바라보며 꽃을 풀어내면 될 텐데. 이세 히데코 님만 이러하지 않다. 적잖은 그림님(그림작가)이 비슷하다. 요새는 사람·마을·나라를 다루느라 나무·바람·꽃을 잊은 젊은 그림님이 많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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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せひでこ #大きな木のような人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