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06 사랑
마음이 끌리는 일은 ‘눈먼 좋아함’이 되기 일쑤입니다. 이와 달리, 사랑은 어디에도 끌리지 않고 눈이 멀지도 않습니다. 누구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라기(팬클럽)’로 나아갑니다. ‘바라기(팬클럽)’는 ‘바라보고 바라는 마음’일 뿐, 이때에는 ‘사랑’이 아니에요. ‘좋아함·마음끌림’입니다. ‘바라기(팬클럽)’는 저희 마음이 끌린 누구만 좋아하느라 다른 쪽은 잘라내거나 끊으면서 다투거나 미운 마음이 불거지곤 하지요. 이 바라기랑 저 바라기가 다퉈요. 바라기인 터라 한쪽만 높거나 커야 한다고 여기거든요. ‘바라기·좋아함·마음끌림 = 울타리·끼리끼리 = 금긋기’예요. 딱 금을 그어서 이쪽이어야 좋다고 여겨, 저쪽이라면 싫거나 꺼립니다. ‘사랑 = 사랑’입니다. ‘사랑 = 아우름·어우름 = 온빛’이에요. 사랑은 금긋기를 안 합니다. 사랑은 서로 다르게 빛인 줄 알면서 새롭게 얼크러지는 숨결입니다. 이처럼 금긋기를 안 하는 길이 사랑인데 오늘날 사람들은 사랑을 잊고서 ‘좋아함’에만 파묻히느라 스스로 눈이 멀어 가는데, 스스로 ‘눈먼 좋아함’인 줄 모르면서 온누리를 쩍쩍 갈라치기를 하면서 싸웁니다. 사랑이 없으니까, 사랑을 스스로 배울 마음이 없으니까, 마음이 끌리는 대로 쉽게 휘둘리고 말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