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1.
《로버랜덤》
존 로날드 로웰 톨킨 글/박주영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8.9.26.
한가위가 지나간다. 이제 서울내기들은 부릉부릉 시골을 떠나 준다. 밤은 서늘하되 낮은 덥다. 이 더위도 얼마 안 남았다. 곧 밤은 춥고 낮도 쌀쌀한 겨울이 자리잡겠지. 부릉이가 없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걸어다니면서 들숲바다를 품고 별빛하고 햇빛을 그렸다. 부릉물결이 일렁이는 오늘날에는 휙 왔다가 떠나면서 어디에나 쓰레기가 번진다. 한가위만 지나면 온마을에 쓰레기가 출렁이고, 마을 할매할배는 스티로폼이든 페트병이든 깡통이든 한꺼번에 태운다. 《로버랜덤》을 읽었다. 가락지 이야기를 쓴 톨킨 님이 이런 글을 내놓기도 했구나. 우리말로 안 나온 책은 더 있으리라. 그나저나 ‘어린이부터 읽을 톨킨 책’인데 우리말이 참으로 엉성하다. 곁님은 “우리가 책을 읽고 싶으면 모든 이웃말을 다 배워야 해요.” 하고 말한다. 옳다. 옳은 이 말에 새로 이야기를 보탤 수 있도록, 옮김빛(번역가)으로 일하는 분들이 제발 우리말을 다시 배우고, 삶·살림·사랑·사람을 숲빛으로 그려낸 넋을 천천히 되새길 수 있기를 빈다. 한글로 적기에 글쓰기나 옮기기일 수 없다. ‘삶말’로 적어야 비로소 글쓰기에 옮기기이다. 숲말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살림말로 어린이 곁에서 어깨동무를 할 줄 알아야 어른이라 할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