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0.11.
오늘말. 고을밤
둘레에서 쓰는 말을 그냥그냥 받아들여도 안 나쁩니다만, 이때에는 우리 넋이 깨어나지 않더군요. 어떤 말이든 마음에 담아서 삭이면 새롭게 북돋울 만하지만, 그냥그냥 지나갈 적에는 되풀이하는 몸짓에 그쳐요. 되가락일 뿐입니다. 덧소리로 가꾸자면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새롭게 지으려는 뜻을 일으킬 노릇입니다. 바람은 늘 흐릅니다. 흐르지 않는 바람은 숨을 살리지 못 합니다. 흘러가는 바람이기에 풀꽃나무도 숲짐승도 벌나비도 사람도 싱그러이 숨쉬지요. 흐르지 않는 물도 매한가지예요. 흐르는 물결이기에 모든 숨결이 살아납니다. 갇히거나 가둔 물로는 어두운 티가 가득하고 말아요. 이웃마을로 나들이를 가면 어느 나그네채에서 묵을까 하고 살핍니다. 그냥그냥 자는곳에 깃들어도 되지만, 나중에 아이들을 이끌고 이웃마실을 할 날을 어림하면서 고을밤을 포근히 누릴 자리를 알아봅니다. 숱한 사람이 거치는 나들채에는 다 다른 사람들 발자취가 남아요. 마을집에서 조용히 묵으며 나들채 한 칸을 누립니다. 이웃고장으로 찾아온 손님으로서 이웃자리를 돌아봅니다. 밤에는 별빛을 그리고, 새벽에는 이슬을 생각해요.
ㅅㄴㄹ
소리담기·덧소리·되소리·되가락·되풀이·옮기기·담기 ← 더빙(dubbing)
바람·물결·너울·넘치다·불다·불거지다·흐르다·흐름·흘러가다·가다·나타나다·드러나다·보이다·빛·티 ← 풍조(風潮)
길손집·길손채·고을밤·고장밤·마을밤·고을집·고을집살이·고을집묵기·마을집·마을집살이, 마을집묵기·나그네집·나그네채·나들칸·나들채·마실집·마실채·손님집·손님채·자는곳·잠집·잠터·잘곳·잘자리·잘집·잘터 ← 민박(民泊), 민박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