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노래
무엇을
무엇을 알고 싶어? 무엇을 듣고 싶어? 무엇을 보고 싶어? 넌 네가 두려워하는 대로 알고, 네가 걱정하는 대로 듣고, 네가 싫어하는 대로 본단다. 왜? 아니라고? 뭐가 아닌데? 늘 같아. 네가 생각했으니, 넌 그대로 ‘알고·듣고·볼’ 뿐인걸. 네가 수수께끼라 여긴 그 모습·길을 두려워하니, “아, 쟤는 두렵기를 바라네? 그럼 두려움을 얻어야겠네.” 하면서 온갖 두려움이 너한테 가. 네가 걱정이 가득하니, “아, 쟤는 걱정을 꿈꾸네? 그럼 걱정을 듬뿍 주자.” 하면서 네 삶은 걱정판으로 가. 네가 이모저모 싫은 일이 있으니 “아, 쟤는 저쪽에 ‘마음을 쓰’네. 마음을 쓰는 그 모두를 누리도록 해야지.” 하면서 네가 ‘싫다고 마음쓰는’ 그걸 엄청나게 안긴단다. 뭐, 좋아하는 것이 아닌 싫어하는 것을 주는 까닭을 모르리라 보는데, ‘좋거나 싫다’고 마음을 가르면, 넌 언제나 ‘싫은 무엇’을 자꾸 더 마음을 쓰지. 아무것도 안 가르면서 꿈씨를 심는 사랑이어야, 네가 스스로 심은 사랑이 싹트고 자란단다. ‘사랑’을 안 심고서 “이거는 좋아! 저거는 싫어!” 하고 자르면서 스스로 두 마음으로 가른 채 스스로 싸움박질이니, 너를 둘러싼 빛은 너한테 ‘싸움판’을 베풀지. 이 싸움판은 ‘옳고 그름’이란다. ‘사랑’에는 이쪽이나 저쪽이 없어. 너희 몸이 살아가는 그곳에만 ‘싸움’이 있고 ‘사랑’이 없기에 서로 무리를 가르고 뭉쳐서 ‘좋고 싫고’로 갈라서 싸운단다. 알거나 듣거나 보고 싶다면 ‘싸움’이 아닌 ‘사랑’으로 마음을 동글동글 공(별)이 되도록 돌보렴. 돌돌돌 구르는 돌이 되고, 동동동 춤추는 동그라미가 되렴. 춤을 안 추고 노래를 안 부르는 너라면, 아직도 ‘좋고 나쁨·옳고 그름’으로 틀을 지으면서 싸우겠다는 뜻이야. 잘 봐. 싸우는 놈은 춤을 안 춰. 사랑하는 님은 춤을 추지. 2021.12.10.쇠.
ㅅㄴㄹ
‘숲노래 마음노래’는 숲노래 씨가 ‘채널’로 들은 목소리를 옮긴 글입니다. ‘채널’이란, ‘마음으로 듣기’입니다. 이 별에 몸으로는 없는 저 너머에 있는 누가 들려주는 말을 더듬이(안테나)를 켜고서 받아들일 적에 영어로 ‘채널’이라 하더군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