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노래
안팎으로
넌 똥을 하루에 몇 판쯤 누니? 똥을 얼마나 눠? 이틀마다 누니? 사흘이나 나흘마다 누니? 넌 방귀를 하루에 몇 판쯤 뀌니? 얼마나 자주 방귀를 뀌니? 넌 길에서 얼마나 자주 넘어지거나 안 넘어지니? 넌 하품을 얼마나 자주 하니? 넌 하루에 숨을 얼마나 쉬니? 이 모두를 헤아리면서, 너를 둘러싼 ‘남’을 보렴. 넌 남들처럼 똥을 누거나 방귀를 뀌거나 넘어지거나 하품을 하거나 넘어져야 하니? 네가 “아니야! 남들처럼 똥을 누거나 방귀를 뀔 까닭이 없어!” 하고 느낀다면, 이제 스스로 다시 물어보겠니? “남처럼 돈을 벌거나 힘이 세거나 이름을 날려야 할까? 남처럼 서울에서 살며 큰 잿빛집(아파트)하고 부릉이(자동차)를 몰아야 할까? 남처럼 남처럼 남처럼 되거나 이루거나 쥐거나 해야 할까?” 안팎으로 늘 같아. 네가 겉으로 하는 모든 말은, 네 마음속으로 심는 씨앗이야. 웃기려고 가볍게 하는 말이 참말로 웃기거나 가벼운지, 아니면 웃기거나 가벼운 척하지만 막상 스스로 갉아먹는 말씨(말씨앗)인지 생각하기를 바라. 네 오늘은 네 어제가 깨어난 아침이고, 네 오늘은 네 모레가 맞이할 삶이고, 네 모레는 네 어제를 이루는 밭(바탕)이야. 네 텃밭에 뭘 심고 싶어? 투덜질이나 짜증이나 미움을 심겠니? 네 마음밭·생각밭·꿈밭에는 뭘 심겠니? 네 말밭·글밭·마음밭에는 뭘 심으려 하니? 2022.10.4.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