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30.


《반둘라》

 윌리엄 그릴 글·그림/이정희 옮김, 찰리북. 2021.12.31.



느긋이 아침을 연다. 짐을 꾸린다. 오늘 고흥으로 돌아가지만 묵직한 짐은 미리 부치고서 움직이기로 한다. 우체국에서 짐을 꾸리는데 누가 자꾸 성가시게 말을 건다. 좀 그냥 두셔요. 어느 우체국을 가든 ‘사전접수’를 해서 내미는데 어떻게 그런 걸 미리 하느냐고 묻기에 시큰둥히 “네.” 하고 끊는다. 갈수록 엉터리로 바뀌는 우체국과 이곳 일꾼. 이러다 우체국이 사라질 수 있겠다. 〈딜다책방〉에 갔더니 안 한단다. 그럼 얼른 ‘네이버지도 책방 등록’을 지워야 하지 않나? 삼성혈 건너 놀이터에서 그네를 탄다. 안골목을 걷는다. 큰나무 옆에 앉아 다리를 쉬는데, 늙수그레한 사내 예닐곱이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이들 눈에는 어린이가 안 보이는구나. 사내란 몸을 입은 내가 창피하다. 〈동림당〉에 얼굴만 비추고서 택시로 달려 아슬아슬하게 배를 탄다. 《반둘라》를 천천히 읽었다. 지은이가 조금 더 눈길을 낮추고 숲빛으로 바라보려 했으면 얼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영웅 코끼리’가 아닌 ‘숲빛으로 사람한테 다가온 코끼리’라는 대목으로 줄거리를 짤 수 있을 텐데 싶더라. ‘영웅·지도자 아닌 사람’을, ‘자연·생태 아닌 숲’을, ‘예술·문화 아닌 삶’을, 그저 수수하게 글그림으로 여미는 이웃을 보고 싶다.


#bandoola #WilliamGrill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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