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40 - 완결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9.23.

바라볼 수 있는 마음



《경계의 린네 40》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10.25.



  일본은 만화나라라고 합니다. 내로라할 그림꽃님(만화가)이 수두룩한 일본인데, 어릴 적부터 마흔 해 즈음 그림꽃책을 읽으면서 돌아보기로, 일본이란 나라가 ‘만화나라’를 이룰 수 있도록 밑바탕을 다진 사람을 셋 꼽자면 ‘테즈카 오사무, 미즈키 시게루, 후지코 후지오’라고 느낍니다. 이 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또 이 세 사람이 만화로 담은 삶을 보면, 그분들이 태어난 일본이란 나라가 저지른 바보스럽지만 무시무시한 전쟁범죄를 온몸으로 겪고 나서 이를 그 나라(일본) 어린이한테 제대로 보여주되, 만화답게 새로 풀어내어 보여주어야겠다는 꿈이 있었다고 느낍니다.


  오늘날 일본이 만화나라란 이름을 고스란히 잇도록 하는 어진 기운을 보여주는 그림꽃님이라면 ‘타카하시 루미코·토리노 난코·오자와 마리’ 셋을 꼽습니다. 저로서는 이 세 사람을 꼽는데, 셋은 저마다 다른 붓결로 저마다 다른 사랑을 저마다 다른 삶터에서 저마다 다른 눈빛으로 곱고 정갈하게 밝힙니다.


  《경계의 린네 40》(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은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일군 아름다운 그림꽃 가운데 하나로, 마흔걸음에 이르는 꽃맺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줄거리를 크게 돌아보자면, ‘린네’란 아이는 ‘가난한 살림이라서 늘 곁일을 하는데, 옷조차 없어 중학교 적 체육복을 고등학생일 적에도 늘 입고 살아가는 몸’입니다. ‘사쿠라’는 수수한 집에서 수수하게 살아왔으나 깨비(귀신)를 맨눈으로 볼 줄 아는데, 마음으로 포근히 안아 줄 수 있기도 하지만, 이 마음을 느긋한 사랑으로 달랠 사람을 찾는 꿈이 있는 아이입니다.


  린네하고 사쿠라는 언제나 이승하고 저승 사이를 넘나들면서 숱한 사람들을 마주하고, 숱한 일을 치러내면서, 둘이 새롭게 짓고 싶은 앞길을 천천히 그리지요. 《경계의 린네》는 마흔걸음으로 이 새길을 부드러이 들려줍니다. 앞선 《이누야샤》는 둘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그야말로 죽음수렁을 숱하게 넘나들면서 새길을 찾아나서는 줄거리라면, 《경계의 린네》는 ‘전쟁도 군대도 거의 사라진 일본이란 터전’에서 ‘마음을 느슨하게 풀지 않고서, 곧 마음을 가벼우면서 따스하게 어우르면서 나아갈 슬기롭고 참하면서 고운 길’을 들려주는 얼거리라고 하겠습니다.


  이 밑뿌리를 헤아리지 않는다면 ‘전생·윤회·사신·퇴마’라는 자잘한 그림감(소재)에 파묻혀 버릴 만합니다.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경계의 린네》를 매듭짓고서 《마오 MAO》를 새롭게 그립니다. 《마오 MAO》는 《이누야샤》하고 《경계의 린네》를 새삼스레 풀어헤쳐서 오늘날 어린이·푸름이한테 새길을 다시금 차근차근 짚어 주는 이슬받이 같은 꾸러미라고 느낍니다.


  바라볼 수 있다면 마음을 열 뜻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바라본다면 마음을 열고서 천천히 받아들인다는 소리입니다. 바라보지 않는다면 마음을 안 연다는 소리요, 바라볼 줄 모른다면 마음도 안 열고 배울 뜻조차 없이 스스로 수렁에 잠겨 죽음길로 나아간다는 소리입니다.


ㅅㄴㄹ


“결국 또 얻어먹어 버렸네.” “뭘, 괜찮아. 평소 같은 느낌인걸.” (16쪽)


“싸구려 투어라서 미안했어.” “의외로 즐거웠는걸. 게다가 로쿠도랑 함께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에도 갔고.” (21쪽)


“로쿠몬, 너는 해고당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잠시 비켜 있어!” (53쪽)


“그건 둘째치고, 마미야 사쿠라와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돼!” (159쪽)


‘그래도, 마음이 놓여. 어쩐지 이런저런 일들이 모두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180쪽)


“로쿠몬, 유급휴가를 받았다고?” “네, 오늘 하루는. 20엔이나 받았어요.” (192쪽)



#高橋留美子 #境界のRINN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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