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너는 창비시선 53
나종영 지음 / 창비 / 1975년 10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책 2022.9.18.

노래책시렁 251


《끝끝내 너는》

 나종영

 창작과비평사

 1985.10.10.



  지난날 글(문학·비평)을 쓰는 이들은 으레 흙지기(농사꾼)를 치켜세웠으나, 스스로 흙지기로 살려고 서울(도시)을 떠나 시골로 가는 일은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 오늘날 글을 쓰는 이들은 흙지기나 흙살림은 딱히 마음에 없고, 스스로 흙을 만져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채 서울 잿빛집(아파트)에 살면서 이따금 시골로 놀러갑니다. 《끝끝내 너는》은 1985년에 나옵니다. 2025년 눈길로 읽으면 어떨까요? 흙을 품으며 살아가기에 ‘흙사람’일 뿐, “흙의 사람”이지 않습니다. 흙빛으로 살며 흙말을 하는 사람은 “말이 서투를”까요? 백남준은 말이 안 서투르고 일본사람을 짝으로 맞이했기에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요? 흙사람을 노래하고 싶다면 스스로 흙빛을 품으면서 흙살림을 옮겨적으면 됩니다. 뉴욕이나 뉴저지를 비아냥거리려 한다면, 이 나라 서울하고 부산도 비아냥거려야 맞습니다. 광주도 너무 커다라니, 전남 작은시골로 깃드는 삶길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낫을 쥘 일도 보습을 챙길 하루도 아닌 채 “낫과 보습”을 섣불리 앞세우기만 한다면, 정작 흙사람 곁에 서거나 어깨동무를 하지 않은 채, 서울살이(도시생활)에 젖은 글을 자꾸자꾸 쓰기만 한다면, 흙말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들말은, 숲말은, 바닷말은, 멧말은?


ㅅㄴㄹ


낫과 보습을 가진 / 흙의 사람 되었으면 싶다 / 그의 말은 서투르나 / 우리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하고 / 가진 것 없으나 / 한줌 흙을 일구어 / 땀 흘리는 사람들이 함께 웃고 사는 / 우리가 제대로 누울 땅을 / 일으키리라 (詩/9쪽)


워커힐 빌라에서 그는 말했다 / 비 뿌리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원더풀 /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멀고 먼 곳 / 뉴저지의 아름다운 호반을 생각하는 그는 / 20세기의 신화를 파는 예술 / 비디오 아트에 대해서 말했다 / 한 잔의 토마토 쥬스와 한 조각 후렌치 토스트로 / 아침 식사를 마친 그는 / 전쟁통의 고국을 떠나 뉴욕이나 쾰른 그리고 비사바덴에서 / 일본인 아내 구보다 시게꼬와 함께 누릴 수 있는 / 천 퍼센트의 자유에 대해서 말했다 / 거침없이 피아노를 두들겨 부수고 (백남준/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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