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5.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

 황윤 글, 책읽는고양이, 2021.4.20.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사이에는 더위 고빗사위에 이르면서 ‘내리막 더위’로 들어서는 바람이 불다가 살며시 꺾인다. 8월에서 9월로 건너가는 사이에는 바야흐로 ‘내리막 더위’도 끝나고 ‘나락볕’으로 바뀔 뿐 아니라 ‘겨울 첫바람’이 가볍게 묻어난다.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 이런 바람 얘기를 하면 “거, 너무 앞서가지 않소?” 하는데, 나는 늘 바람결을 바라보고 읽기에 바람 얘기를 할 뿐. 철이 달종이를 북북 뜯을 적에 바뀌나? 아니다. 철은 어느 날 문득 살며시 고개를 넘으며 가만히 바뀐다. 그야말로 ‘시나브로’이다. 노란 수박꽃을 본다. 수꽃은 모두 지고 암꽃은 둥그스름한 애기 수박이 부풀려고 한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은 가야를 다루는 듯해서 반가이 장만했으나, 가야 이야기가 썩 깊지 않다. 하긴, 책이름이 “나 혼자 여행”이잖은가. 가야라는 옛살림을 돌아보려고 “나 혼자 여행”을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니, 가야 이야기가 안 깊을밖에. 가야 우두머리가 아닌, 가야라는 이름이 붙은 나라에서 수수하게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흙을 가꾸고 숲을 품은 순이돌이 살림을 헤아리면서 글을 여미었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우두머리 세간(유물)은 무덤에 남고, 수수한 사람 사랑은 집살림으로 고이 이어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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