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2.9.14.

수다꽃, 내멋대로 25 우체국 공무원



  왜 그러한지 알 길이 없는데, 갈수록 우체국 일꾼이 자주 바뀐다. 게다가 새로 들어앉는 우체국 일꾼은 일을 대단히 못 한다. 글월(편지)이나 꾸러미(택배·소포)를 받거나 다루는 길을 처음부터 아예 모르는 채 자리에 앉으니, 손님은 하염없이 기다리기를 두 달쯤 하면, 우체국 일꾼이 이럭저럭 일손이 잡히고, 서너 달쯤 이 꼴을 보면 이제는 버벅거리는 우체국 일꾼이 없는데, 바로 이즈음 우체국 일꾼이 다시 싹 바뀌더라. 왜 이럴까? 어제(2022.9.13.)도 고흥읍 우체국에서 이런 꼴을 지켜보는데, 여기에 한 술 얹어 “낮 네 시 삼십 분이 지났으니 마감합니다!” 하고 여러 벌 외치더라. 나는 우체국에 세 시 사십오 분쯤에 들어와서 글월자루에 풀을 바르느라 바빴고, 마지막 풀바르기를 마치고 글월을 보내려 하니 네 시 삼십일 분이더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요새 우체국에서는 ‘받는곳 미리넣기(사전접수)’를 해줍사 하고 이야기한다. 미리넣기(사전접수)를 하느라 마감을 넘겼는데, 미리넣기를 안 하고 맡겼으면 마감에 안 걸렸겠지? 그런데 언제부터 우체국 마감을 네 시 삼십 분으로 앞당겼을까? 2022년 여름부터 우체국은 12시∼13시에 아예 닫아건다. 낮밥을 느긋하게 먹겠다면서 글월받기를 안 한다. 우체국 일꾼 스스로 일거리를 줄이면서 일삯은 그대로 받을 텐데, 무엇보다도 우체국이라는 자리는 열린일(공공업무)이다. 면사무소·동사무소·군청·시청도 어느덧 12시∼13시에는 아예 닫아거는데, 그들이 낮밥을 먹더라도 ‘무인 민원기계’를 쓸 수 있도록 해놓아야 하지 않는가? 우체국을 09시에 열어서 18시에 닫는다면, 글월을 받거나 돈을 넣고 빼는 일도 18시 마감이어야 맞다.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감을 미리 쳐놓고서 18시까지 자리를 지킨다니 무엇을 하겠다는 뜻일까? 우체국이나 열린터(공공기관)가 ‘나날이 일을 안 하는 쪽’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 이들은 “낮은자리에 설 마음”이 조금도 없다고 느낀다. 나라지기(대통령) 한 사람만 ‘여린이(사회 약자)·외로운 사람·가난한 사람한테 눈을 맞추는 길(행정)’을 찾겠다고 몸을 낮춘들, 이렇게 열린터 일꾼(공무원)부터 일찍 마감을 걸고서 일을 안 한다면, 이 나라는 가라앉아 버리리라. 누가 우체국까지 찾아가서 글월을 부치는가? 누가 은행까지 찾아가서 돈을 넣고 빼는가? 누가 면사무소나 군청까지 가서 일을 보는가? 바로 ‘여린이(사회 약자)·외로운 사람·가난한 사람’이다. 함부로 ‘노동복지’를 들추지 않기를 빈다. 우리는 ‘나흘 일하기(주4일제)’로 가기 앞서 ‘왜 어떻게 어디에서 누구를 마주하며 일하는가?’부터 똑바로 보고 되새길 노릇이다. 벼슬꾼(공무원)이나 길잡이(교사)가 ‘닷새 일하기(주5일제)’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흙지기(농사꾼)는 늘 ‘이레 일하기(주7일제)’를 한다. 더구나 ‘갈마들기(24시간 교대제)’로 일하는 곳(공장)이 수두룩하다. 하다못해 마을가게(편의점)조차 24시간을 돌린다. 벼슬꾼아, 우체국 일꾼아, 군청과 면사무소 일꾼아, 너희들은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서 ‘사람이 없다고 빈둥거리면서 누리마실(웹서핑)을 하며 한들거리’는데, 우체국도 군청·면사무소·동사무소도 스물네 시간을 돌려야 한다. 스물네 시간 쉬지 않고 돌리되, 너희들은 ‘나흘 일하기’로 갈마들기(교대제)를 해야지. 그래야 너희 일이 ‘공무원’에 걸맞지 않겠느냐? 시골 군청과 면사무소조차 넘쳐나는 일꾼이 할 일이 없어서 노는데, 제발 하루 내내 열어놓고서 갈마들기를 하기를 빈다. 우체국에도 일꾼이 너무 많더라. 좀 갈마들기를 하며 ‘나눠서 일하기’를 해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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