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1.
《네째 왕의 전설》
에자르트 샤퍼 글/김윤주 옮김 분도출판사, 1978.4.1.첫/1979.12.25.2벌
작은아이가 수박을 사랑하기에 올여름에 틈나는 대로 수박을 짊어졌다. 수박 한 통 가운데 ⅔쯤은 작은아이가 먹고, ⅓은 곁님하고 큰아이가 먹으며, 난 아주 작은 토막 하나만 입을 댄다. 수박씨는 우리 집 둘레나 구덩이에 놓는다. 이따금 이 수박씨 가운데 하나에 싹이 트고 덩굴이 뻗는데, 올해에도 수박덩굴 하나가 뻗더니 노랗게 꽃을 피웠고, 암꽃이랑 수꽃이 줄줄이 맺히고는 어느새 아기 수박이 익어 간다. 온몸이 뻑적지근하다만, 통통히 여무는 아기 수박을 바라보면서 몸을 다독인다. 가랑비가 가볍게 내린다. 우리가 집안을 며칠에 걸쳐서 조금 치운 줄 알까? 마당에 쌓인 먼지를 씻어 주려나 보다. 《네째 왕의 전설》을 지난달에 부천마실을 하며 처음 만났다. 고맙게 아직 판이 안 끊긴 듯하다. 매우 잘 쓴 이야기라고 본다. 묵은 옮김말이되 요새 번진 얄딱구리한 말씨에 대면 무척 정갈하다고 할 만하다. 어쩐지 갈수록 우리말빛을 찾거나 살리거나 가꾸는 사람은 드물다.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따박따박 지키는 글은 수두룩하지만, 말빛이 싱그럽거나 말결이 눈부셔서 ‘말꽃’이라 이를 만한 글은 드물다. 사람으로서 살고 싶다면, 글을 쓰고 싶다면, 이야기(강의)를 펴는 어른이라면 “넷째 임금 이야기”를 천천히 읽으시길 빈다.
ㅅㄴㄹ
#DieLegendevomviertenKonig #EdzardSchape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