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숲노래 말빛 2022.9.9.

오늘말. 서슴없다


저는 1995∼97년에 싸움터(군대)에서 뒹굴어야 했는데, 이무렵 지내야 하던 강원 양구 멧골짝은 ‘도솔산’이고, 꼭대기에 깃들었습니다. 그곳은 늘 구름이 걸렸고, 한 해에 닷새쯤 해를 볼까 말까 하다는데, 빨래가 참 안 말랐어요. 모처럼 해가 나면 모든 일을 멈추고 온살림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해바라기를 시켰습니다. 눅눅하게 찌든 사람들은 마음도 눅눅하더군요. 우리는 누구라도 햇볕 한 줌을 먹으려고 그늘을 꺼렸고, 윗내기(고참)한테 밀려 한여름에 그늘에 서는 새내기(신병)는 울먹거립니다. 죽음 같은 수렁에서는 어깨동무가 어렵고 서로돕기는 뜬소리에 하나되기는 헛말일까요. 배고프면 누구나 짠놈에 노랑이로 바뀔까요. 여름에는 비에, 겨울에는 눈에, 늘 추진 그 싸움터는 1998년부터 닫아걸었다고 들었습니다. 도무지 사람이 살 데가 아니었겠지요. 그런데 도솔산에서 숲짐승은 홀가분하게 살더군요. 오순도순 즐겁고, 서슴없이 뛰어요. 그곳 멧자락 풀꽃나무도 시원하게 자라고 맑은 숨을 베풀어요. 다 다른 목숨붙이가 반갑게 만나고 서글서글 어우러지는 터전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티없는 마음이라면 굳짜 아닌 아름빛으로 설 테고요.


ㅅㄴㄹ


말무리·사람들·사람·떼·무리·뭇사람·우리·누구나·누구라도 ← 언중(言衆)


병아리 깨기·병아리 알깨기·알깨기·서로돕기·어깨동무·하나되기·한마음·한뜻·한넋·한몸 ← 줄탁동기


구두쇠·굳짜·구두·노랑이·노란이·돈벌레·돈버러지·자린고비·짜다·짠돌이·짠순이·짠놈 ← 수전노


가볍다·가뿐하다·거뜬하다·홀가분하다·기꺼이·기쁘다·즐겁다·맑다·밝다·티없다·스스럼없다·서슴없다·산뜻하다·시원하다·후련하다·개운하다·신바람·신나다·흐뭇하다·반갑다·서글서글·싹싹하다·그대로·고스란히·바로·곧바로·곧장 ← 흔쾌하다(欣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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