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석주명 1908∼1950
8월이면 무화과가 익고
팔랑나비 내려앉아 쉬고
이 여름에 후박나무 푸르고
파란띠제비나비 나풀나풀 놀고
9월이면 부추꽃이 하얗고
모시나비 살랑살랑 앉고
이 가을에 감나무 우뚝하고
부전나비 가만가만 춤추고
노란 장다리꽃 곁에
노란 봄빛 같은 노랑나비
흰구름 흐르는 철에
하늘빛 머금은 배추흰나비
풀잎 먹으며 꿈꾸었고
꽃가루 건드리며 웃는
온누리 모든 나비처럼
나도 날면서 노래하지
+ + +
나비하고 벌이 있기에 풀꽃나무는 꽃가루받이를 해서 씨앗을 남기고 열매를 맺어요. 나비는 날개 있는 몸을 누리기 앞서 풀잎이나 나뭇잎을 갉는 애벌레로 꽤 오래 지냅니다. 어린벌레일 적에 잎을 갉기에, ‘날개돋이’를 하고 나서는 그야말로 바지런히 꽃송이를 찾아다니면서 꽃가루받이를 해준다고 할 만해요. 모든 풀꽃나무가 다 다른 철과 때에 잎을 내놓고 꽃을 피우듯, 나비도 다 다른 철과 때에 맞추어 저마다 다르게 깨어나요.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를 억누르면서 모든 곳을 ‘일본말·일본 얼거리’로 바꾸던 즈음, 석주명 님은 우리나라 나비를 샅샅이 짚고서 ‘우리말로 이름을 새롭게 지어’ 주었습니다. 제주섬에서 일할 적에는 ‘제주말(제주 사투리)’을 찬찬히 헤아리며 갈무리했고요. 이러다가 한국전쟁 한복판(1950)에 그만, 술에 절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일찍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