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복희
김복희 지음 / 봄날의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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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9.8.

인문책시렁 233


《노래하는 복희》

 김복희

 봄날의책

 2021.9.3.



  《노래하는 복희》(김복희, 봄날의책, 2021)를 읽었습니다. 어린이노래(동요)를 가만히 생각하면서 글님 어린날하고 오늘날 어떤 발걸음인가 하는 이야기를 엮습니다. 순이로 태어나서 싫었고, 완도라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싫었다고 밝히는데, 우리 스스로 순이란 몸이건 돌이란 몸이건 처음부터 싫을 까닭이 없고, 시골이건 서울이건 대수로울 일이 없습니다.


  스스로 입은 몸을 싫어할 적에는 둘레(사회·학교)에 물들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나고자라며 뛰노는 터전을 싫어할 적에도 둘레에 휘둘리기 때문이에요.


  이 나라에서는 순이로 태어나건 돌이로 태어나건 고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저마다 걸어갈 가시밭길이 다를 뿐, 순이도 돌이도 가시밭길을 걸어야 합니다. 시골살이도 서울살이도 둘레(사회·학교·정부)가 바라는 대로 맞추자면 어디에서나 똑같이 고되며 힘들다가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몸은 없습니다. 더 나은 고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노래도 없고, 더 나은 책도 글도 말도 삶도 살림도 없습니다. 모든 몸은 다릅니다. 순이랑 돌이는 서로 다르기에 서로 가만히 보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을 키워서 천천히 사랑을 어질게 키워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스스로 찾을 만합니다. 시골도 서울도 서로 다르기에 서로 물끄러미 보면서 마음으로 만나는 생각을 가꾸어 천천히 살림을 슬기롭게 다스려 상냥하게 손잡는 길을 스스로 찾을 만하지요.


  글님은 아직 순이란 몸을 입었을 텐데, 순이로서 글을 쓰는 하루가 싫을까요? 순이가 아니었으면 글을 안 썼을 테고, 책을 못 냈을 테지요. 이제는 시골인 완도를 떠나 서울이나 서울곁(수도권)에서 살아갈까요? 그런데 시골인 완도에서 태어나면서 온갖 삶을 마주하는 하루를 보내었기에 글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요새는 미움과 싫음을 바탕으로 여미는 글이나 책이 수두룩합니다. 그만큼 이 나라(정부·사회)가 멍청하고 모진 속내를 드러내는 셈이면서, 미움하고 싫음이란 줄거리는 잘팔리는 줄거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예부터 안 팔리거나 덜 읽히는 이야기가 있으니, ‘참사랑·참삶·참살림’입니다. 미움과 싫음으로 금을 그으면서 싸우는 줄거리로 여미는 글이 나쁠 까닭은 없되, 스스로 빛을 갉아먹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랑할 까닭이 없으면서, 자를 까닭도 없습니다. ‘자(잣대·틀)’를 바라보지 마요. ‘저(나)’를 바라볼 노릇입니다. 나를 보고 너를 보면서 우리가 일굴 사랑이라는 길을 헤아린다면, 아마 글님은 이다음부터는 구태여 미움과 싫음으로 범벅을 하는 글을 사뿐히 내려놓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그랬듯이 질문을 많이 하면 주의도 받기 쉽다는 것을 체득했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된 어른은 아니고, 질문을 조금 묵혀두려고 잠깐 입을 벌렸다 입을 다무는 어른이 되었다. (15쪽)


완도에 사는 동안 어린 나는 자고 일어나면 내가 남자아이가 되어 있기를 바랐다. 남자아이가 된다면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여자라는 것에서, 완도라는 곳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24쪽)


볼 수 있는 마음이 없거나 보려는 마음이 없는 상태가 두렵다. 여름의 파란색과 겨울의 흰색이 기를 쓰고 내게 달려들려고 한대도, 나를 사랑해 주려고 한대도 내 마음이 그것을 보지 않는다면, 보고도 안 보고 마는 상태로 나 자신을 몰아간다면, 그렇게 내 마음이 텅 비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11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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