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
황진희 글, 호호아, 2022.6.30.
이틀째 함박비가 온다. 타다다다 후두두두 파바바바 허벌나게 쏟는데 막상 바람은 가볍다. 장대비는 곧게 꽂는다. 마당에 서서 맨몸으로 함박비를 맞으면 포보복 팟팟팟 쿠쿠쿠 온갖 소리를 낸다. 나뭇잎에 쏴아아 떨어지는 소리는 골짝물이 흐르면서 바위에 부딪는 소리를 닮는다. 풀잎에 타라라 떨어지는 소리는 바람에 나락이 물결치는 소리를 닮고. 비가 잇달으니 마을에서는 풀죽임물을 며칠 못 뿌린다. 개구리노래가 조금씩 다시 퍼진다. 우리가 앞날을 생각한다면 풀죽임물을 얼른 걷어치우고서 시골에서 아이들이 꿈을 펴며 살아갈 길을 열 노릇이다. 둘레(사회)를 보면 ‘우리만 옳다’고 여기며 ‘저쪽은 틀리다’고 가르는 싸움판이니, 이런 나라에서 함께 살아갈 어깨동무랑 사랑을 헤아리면서 들려주는 참어른은 어디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참어른이 될 마음이 없는가.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를 읽는다. 그림책을 차근차근 우리말로 옮기는 황진희 님이 ‘옮김살이(번역생활)’를 풀어낸다. 먼 옛날부터 ‘길’은 부릉부릉 달리는 데가 아닌, 사람만 다니는 곳이 아닌, 모든 숨결이 어우러진 이음자리였다. 일본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훌륭한 길은 없다. 서로 다르면서 마음으로 만나는 길을 읽고 느껴서 풀어놓으면 다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