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31.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시몬 비젠탈 글/박중서 옮김, 뜨인돌, 2005.8.10.첫/2019.10.30.고침



함박비가 온다. 시원하게 씻는다.《하루거리》를 그린 김휘훈 님이 경기 부천에서 어머님하고 고흥까지 마실을 하신다. 큰고장(도시)에서 마주하는 함박비하고 시골에서 맞이하는 함박비는 사뭇 다르다. 큰고장에서는 매캐한 기운을 씻더라도 부릉부릉 소리에 잠기기 쉬운 함박비라면, 시골에서는 풀죽임물(농약) 기운을 씻으면서 모든 자질구레한 소리를 옴팡 걷어치우는 함박비이다. 함께 빗소리를 느끼고, 비가 그친 구름밭을 돌아보고, 또 빗소리를 느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고흥이란 두멧시골로 찾아오는 이웃님은 늘 반갑다. 작은 우리나라이지만, 알고 보면 꽤 깊고, 몸으로는 퍽 떨어진 마을이요 고을이지만, 마음으로는 늘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을 나들잇길에서 누린다고 본다.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열네 해 만에 나온 고침판이다. 2005년에는 《해바라기》란 이름으로 나왔다. 옮긴이 박중서 님을 만난 자리에서 얘기를 들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어야 할 책이었다지. 단출히 나온 《해바라기》도 나쁘지 않으나, 지난날 독일이 일으킨 싸움밭하고 얽힌 이야기를 더욱 깊고 넓게 헤아리는 판으로 내었으면 어떠했을까. 미움하고 생채기를 씻으려면 오직 하나 사랑을 고요히 품을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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