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육아 - 아이는 모자람 없이 배우고 부모는 잔소리 없이 키우는,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김선연 지음 / 봄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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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9.1.

인문책시렁 232


《시골 육아》

 김선연

 봄름

 2022.6.24.



  《시골 육아》(김선연, 봄름, 2022)를 읽었습니다. 서울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하루는 ‘살림길’로 서기 어렵고 힘들며 지치기까지 하는 줄 느낀 어머니가 하루를 되새기면서 적바림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만 ‘서울을 벗어나 상주에 깃들기’는 하되, 언제까지 시골에 머무를는지는 알 수 없겠구나 싶어요. 시골에 뿌리를 내리려는 삶길보다는 ‘서울을 떠나 시골에 자리를 얻기는 했으나, 이대로 살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짙어 보이거든요.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 하루를 고스란히 글이나 책으로 옮긴 이웃님이 이따금 있으나, 참말로 시골을 시골로 바라보거나 받아들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는 곁에서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자장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멧새가 노래하는 곁에서 사뿐사뿐 걷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면, 제비가 춤추는 곁에서 기저귀를 빨아서 마당에 널지 않는다면, 참말로 시골살이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엮은 낱말책은 ‘시골’을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으로 풀이합니다. 얼토당토않은 뜻풀이입니다만, 낱말책에서 ‘시골’을 찾아볼 사람이 드물기도 할 테고, 엉터리 뜻풀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문 듯합니다.


  시골은 서울하고 먼 데가 아닙니다. 시골은 “스스로 살림을 짓는 터전”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터전은 “숲을 품으면서 싱그럽고 빛나는 터전”이에요. 국립국어원 벼슬아치(공무원)는 시골에 안 살고 서울에 삽니다. 서울서만 살면서 서울만 바라보는 눈길일 적에는 시골이 어떤 곳인지 모를 뿐 아니라, 시골이라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풀이하지 못 합니다.


  요즈음은 한자말 ‘육아’를 널리 쓰지만, 예전에는 이런 한자말이 없이 ‘돌보다·보살피다·보다’라는 낱말을 수수하게 썼습니다. 아이를 보기에 ‘애보개’라 했어요. ‘보다’는 ‘봄’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모든 풀꽃나무가 싹이 트면서 새롭게 피어나는 봄이라는 철처럼 ‘아이보기(아이돌보기)’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을 나타냅니다.


  한자말 ‘육아’나 ‘양육·보육·훈육·교육’은 모두 ‘길들이다’로 뻗습니다. ‘육(育)’은 ‘기르다’를 뜻하는 한자인데, ‘기르다’란 우리말은 “자라도록 돕는다”는 뜻도 있지만 “길들여 틀에 가둔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느 낱말이든 속뜻하고 말밑을 헤아리지 않고 그냥 쓸 적에는 ‘길들이고 길드는’ 쪽으로 굳어요.


  시골에서 살든 서울에서 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언제나 즐겁게 살림하는 숨결이면 넉넉합니다. 꼭 시골이어야 하지 않고, 시골에서까지 서울살림 그대로 부릉이(자동차)나 보임틀(텔레비전)을 곁에 두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시골에서는 아이를 보듯 풀꽃나무하고 숲을 볼 노릇입니다. 시골에서는 아이하고 바람을 보고 해를 보며 별을 볼 노릇입니다.


  우리말 ‘돌보다’는 ‘돌아보다’를 줄인 낱말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매무새이기에 서로 아늑하면서 아름답습니다. ‘육아’는 하지 맙시다. ‘양육·보육·훈육·교육’ 모두 집어치웁시다. 돌보고 돌아보면서 살림짓기라는 길을 수수하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도시에서 나는 이유 없이 자주 싸우고 싶었고, 싸우고 있었다. 작은 일에 쉽게 분노했지만, 싸워 마땅한 부당한 일 앞에서는 싸울 힘이 나지 않았다. 참고 참는 사이 그 분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자주 향했다. (5쪽)


상주에서 나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들 때마다 오솔길을 걸었다. (6쪽)


“상주가 왜 좋아? 별것 없잖아.” “엄마는 뭘 모르시네요. 왜 별게 없어요. 거기가 얼마나 신나는 것투성이인데.” (58쪽)


아이들 역시 책으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겪으면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자연의 순리를 체득했다. 추상적으로만 알았던 자연이 날마다 다른 습도와 온도와 풍경을 지닌다는 것을 …… (84쪽)


“엄마는 꿈이 뭐예요? 뭐가 되고 싶어요?” “어? 엄마는 이미 뭐가 되지 않았어? 너희들으 엄마가 되었고 선생님도 되었고.” “그것도 맞는데, 이제 뭐가 되고 싶냐고요.” “글쎄, 엄마는 뭐 하면서 살면 좋을까.” (17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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