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빛 2022.8.31.
숲집놀이터 276. 한집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부장제’였을까? ‘가부장제’란 ‘가부장’이란 중국말을 쓰던 무렵에 서거나 퍼졌을 텐데, 중국이나 일본을 섬기던 무리가 나라를 휘어잡던 무렵이 아닌,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살림을 지으며 살아가던 때에는 이런 낡고 고약한 틀이 설 까닭이 없었다. 나라(정부·국가)를 보면, 으레 사내가 우두머리에 서면서 가시내를 몽땅 짓밟으려 한다. 어느 나라이고 가시내가 어깨를 펴는 틀이나 터전하고 멀다. 그런데 어떤 나라가 서든 ‘나라를 섬기지 않는 조그마한 집이나 마을’에서는 ‘가부장’이 없다. 나라(정부·국가)는 늘 사내를 홀려서 작은힘(가부장권력)을 쥐어 주고서 돈·이름·힘이란 떡고물을 안긴다. 숱한 사내는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홀리고 휩쓸린다. 거의 모든 가시내는 나라한테 안 홀리고 안 휘둘리면서 아이를 바라보고 짝꿍을 마주한다.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집이라면 ‘나라를 안 쳐다보고, 나라에서 주는 떡고물을 거스르면서, 오직 아이랑 곁짝을 바라보는 살림’이다. 사람은 ‘너랑 나’ 둘이 어우러져서 ‘우리’를 사랑으로 맺는 슬기로운 살림길을 걸을 적에 비로소 빛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말은 “사람은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가시버시(남녀·부부)가 수수한 사람으로서 서로 사랑이란 슬기로 마주하는 살림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생활 = 우두머리 허수아비 노릇’이다. 우리 살림집이 즐거이 ‘한집’을 이루자면, 아무도 우두머리(가부장)일 수 없다. 어버이도 아이도 저마다 지킴이요 돌봄이로서 보금자리를 가꾸기에 반짝반짝 별빛으로 햇빛으로 즐거운 오늘을 짓고 누리고 나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