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74 더듬꽃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흔히 ‘여느(보통·평범·일반)’ 같은 낱말을 앞세우곤 하지만, ‘여느사람’조차 모두 달라요. “똑같은 ‘여느사람(보통이거나 평범한 사람·일반인)은 없”습니다. 누구나 다 다른 줄 제대로 알아차리는 눈에 알아보는 넋이라면, 구태여 ‘장애·비장애’ 같은 한자말을 안 끌어들이리라 봅니다. ‘장애·비장애’ 같은 한자말을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되레 더 갈라치기로 기울면서 남남 사이로 쪼개진다고 느껴요. 웃으니까 ‘웃다’라 하고, 우니까 ‘울다’라 합니다. 다리를 저니까 ‘절다’라 하거, 눈이 하나이니까 ‘외눈’이라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쉽게 말을 더듬었으니 ‘더듬이’ 같은 말을 들었는데, 풀벌레한테 난 ‘더듬이’를 떠올리면서, 또 영어 ‘안테나’가 우리말로는 ‘더듬이’이니,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면서 생각을 가꾸려 했어요. 이러다 문득 ‘더듬꽃’처럼 말끝을 새로 붙여 보았지요. 말끝 하나로 자칫 따돌리려는 뜻을 심기도 한다면 씻기도 할 테니, ‘장애자·장애인·장애우’처럼 한자놀이를 하기보다는, 우리답게 ‘꽃’이란 말결로 추스를 만합니다. 더듬더듬하기에 더 느끼거나 살피듯, 꽃이기에 가장 늦게 나타나되 더없이 빛나는 숨결이기도 합니다.


더듬다(더듬이·더듬새·더듬길·더듬꽃) : 1. 잘·제대로·똑똑히·또렷이·환하게·낱낱이·하나하나·모두·속속들이 보거나 알아보지는 않지만, 손으로 차근차근·가만가만·이리저리 짚거나 만지거나 건드리면서 찾으려 하다. 2. 잘·제대로·똑똑히·또렷이·환하게·낱낱이·하나하나·모두·속속들이 알거나 느끼기 쉽지는 않지만, 더 생각하거나 떠올리거나 돌아보면서 찾거나 짚으려 하다. 3. 잘·제대로·똑똑히·또렷이·환하게·낱낱이·하나하나·모두·속속들이 생각나거나 떠오르거나 돌아볼 만하지는 않지만, 살짝 흐리거나 모르겠어도 생각하거나 떠올리거나 돌아보려 하다. 4. 부드럽거나 매끄럽거나 깔끔하거나 똑똑하거나 또렷하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못 하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잇달아·자꾸·내내·늘 걸리거나 막히거나 씹히거나 뭉치다. 물이 흐르듯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못 하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차근차근·가만가만·하나하나 가누거나 다루거나 펴지 못 하다. 5. 잘·제대로·똑똑히·또렷이·환하게·낱낱이·하나하나·모두·속속들이 알거나 느끼거나 바라보지는 못 하는 채 세거나 읽거나 헤아리거나 생각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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