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귀엽게 (2022.8.23.)
― 인천 〈아벨서점〉
떠오르는 생각을 곧장 글로 옮기는 버릇은, 한글을 처음 익힌 여덟 살부터 들였습니다. 글을 모를 적에는 말만 했고, 글을 처음 익힌 뒤부터는 “내 마음을 담아내는 소리인 말을 고스란히 글로 남기는 기쁜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제가 옮기는 글이 훌륭하거나 대단하다고 여긴 적은 아예 없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그저 제 삶이자 살림이고 사랑이자 숲이에요. 저는 이오덕 님이나 권정생 님처럼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최명희 님이나 고정희 님처럼 글을 못 써요. 글쓰기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1994년 2월 무렵에 처음 하면서 ‘함께살기’라는 글이름을 지었어요. 두 아이랑 곁님을 사랑하는 살림을 글로 새롭게 꽃피우자고 생각한 2013년 가을께부터 ‘숲노래’라는 글이름을 지었고요.
글을 쓸 적에 늘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첫째, 숲노래 씨는 숲노래 씨가 아는 만큼만 씁니다. 숲노래 씨가 모르는 대목은 안 씁니다. 숲노래 씨한테 ‘아는 만큼’이란 ‘사는(살아가는) 만큼’이고 ‘살림하는 만큼’이자 ‘사랑하는 만큼’인데,‘여태까지 숲을 품은 만큼’이라고도 하겠어요. 둘째, 숲노래 씨는 ‘아는 만큼’ 쓰기 때문에 ‘모르는 길을 모조리 새롭고 고맙게 배우자’고 여겨요.
모두한테서 배웁니다. 어른한테서도 아이한테서도 배웁니다. 사람한테서도 풀벌레한테서도 풀꽃나무한테서도 해바람비한테서도 들숲바다한테서도 별빛한테서도 배우고, 스스로 배우기도 합니다.
모르기에 배워요. 모르기에 읽지요. 지난날 세종 임금은 ‘소릿값(발음기호·화닉스)’인 ‘훈민정음’을 엮어서 “중국말을 조선팔도 사투리가 아닌 서울 임금님 말씨대로 읽는 틀”을 단단히 세우면서 중국 섬기기를 널리 폈습니다. ‘훈민정음’ 곁에는 ‘훈몽자회’가 있어요. 소릿값인 훈민정음은 ‘암클’이란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순이(여성)는 아름다운 숨결일 뿐, 깎아내릴 수 없는데, 우리 삶터가 참 까마득히 얕았습니다. 주시경 님은 이런 물결을 뒤엎었어요. ‘암클인 훈민정음’을 “우리 삶말을 우리 나름대로 담아서 마음을 가꾸는 빛인 우리글”로 바꾸고 퍼드리고 나누려고 ‘한글’이란 이름을 짓고 우리말길(국어문법)을 세웠어요.
훈민정음은 ‘한글’이란 이름을 받으며 비로소 깨어났어요. 우리가 생각을 말로 그리고 글씨로 옮기는 첫단추는 주시경 님이 갈고닦아 주었습니다. 8월 23일 저녁 19시에 배다리 〈모갈1호〉에서 ‘우리말 참뜻풀이 이야기’를 펴면서, 저를 일깨운 책숲배움터인 〈아벨서점〉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하루 8∼10시간을 머물며 책에 파묻혀도 귀엽게 봐준 책집지기님이 있기에, 오늘날 숲노래 씨가 자랐습니다.
ㅅㄴㄹ
《해변의 거리》(사사키 마키/김난주 옮김, 북스토리, 20`13.12.9.)
《臥龍의 帝國 2》(이현세, 팀매니아, 1994.8.25.)
《일본 名詩選》(김희보 엮음, 종로서적, 1985.1.15.첫/1993.6.30.4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