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들이다 (2022.6.30.)

― 인천 〈딴뚬꽌뚬〉



  지난 2001년 1월 1일부터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을 맡은 뜻은 오직 하나입니다. 아직 짝을 안 맺었고 아이조차 없던 가난한 스물여섯 살 사내는 “나한테 아이가 없고, 앞으로 아이를 낳을지 안 낳을지 모르더라도, 온누리 어린이가 우리말을 사랑으로 배우고 기쁜 눈망울로 익히는 삶을 세우도록 이바지하는 길동무로 살자”고 다짐했어요. 그때나 이제나 우리말꽃(국어사전)은 ‘부스러기(지식)’가 아닌 ‘씨앗(삶·살림·사랑·숲)’을 마음에 심으면서 짓습니다.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서 이듬해인 2009년부터 큰아이한테 한글을 보여주었어요. 큰아이는 아버지가 늘 붙잡는 글하고 책이 궁금했어요. 큰아이가 여덟 살이나 열 살 무렵에 글을 알려주려던 생각을 한 해조차 안 되어 접었습니다.


  큰아이에 이어 작은아이한테 한글을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얼거리는 늘 노래(동시)로 짰습니다. 두 아이는 숲노래 씨가 노래님(시인)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았어요. 이제 숲노래 씨는 두 아이가 북돋운 대로 노래님으로도 살고, 이 노래(동시)를 넌지시 건네주면서 “이 노래에 그림을 담아 주셔요” 하고 여쭙니다.


  인천 주안 마을책집 〈딴뚬꽌뚬〉에서 노래그림잔치(동시그림 전시회)를 엽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차근차근 여미는 낱말책에 담아내는 삶빛 이야기를 열여섯 줄로 갈무리를 해놓으면, 두 아이는 틈틈이 그림을 새롭게 담아 주십니다.


  들이는 길입니다. ‘사들이다’에 ‘물들이다’에 ‘길들이다’ 같은 길이 있을 텐데, 저는 ‘들여놓다’에 ‘맞아들이다’에 ‘받아들이다’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꿈을 들이고, 품을 들이고, 사랑을 들이고, 노래를 들이는 하루이고 싶어요.


  마을책집은 책시렁에 책을 들여놓습니다. 다 다른 마을책집은 다 다른 눈망울로 다 다른 책을 들여요. 우리는 모두 다른 숨결로 하루를 다르게 짓는 이웃인 사람이니, 어느 마을책집도 책시렁이 똑같거나 비슷할 수 없어요.


  다만 적잖은 마을책집은 갖춤새가 좀 비슷하긴 합니다. 몇몇 큰 펴냄터 책이 마을책집 책시렁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고 느낍니다. 몇몇 이름난 글바치 책이 마을책집 책꽂이에 너무 많구나 싶기까지 해요. 큰 펴냄터에서 ‘나쁜책’을 내놓지는 않고, 이름난 글바치 책이 ‘궂은책’일 까닭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정부)에 몸바칠 사람이 아닌,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을빛을 가꾸는 자그마한 책을 눈여겨보는 마을지기요 마을길동무인 책집지기님이 늘기를 바라요. 〈딴뚬꽌뚬〉은 여러 책집이 사라지고 만 인천 주안에서 새롭게 책빛을 일구는 푸른씨앗이란 마음이 흐르는 이음터라고 느껴요.


ㅅㄴㄹ


《엄마도 계속 클게》(박희정, 꿈꾸는늘보, 2021.7.26.)

《사는 모양은 제각각》(보라차, 보라차, 2022.6.3.)

《MAGAZINE 00 vol.1 covid-19 pandemic》(커뮤니케이션실·연구조정실, 국립중앙의료원, 2020.12.28.)

《MAGAZINE 00 vol.3 소멸消滅 Birth》(기획조정본부 전략기획센터 소통기획팀, 국립중앙의료원, 2022.5.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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