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숲빛노래 . 매미 2022.7.28.
풀꽃한테 둘러싸여 푸른
나무로 들숲 이루던
오랜 나날에는
가만가만 부드러이 노래했어
부릉부릉 시끄럽고 매캐한
쇳덩이 잿빛 들어찬
요즈막에는
가슴아파 피를 뱉듯 울어
노래하려는 꿈으로
일곱 해도 열일곱 해도
풀꽃나무 보듬는 흙에
포근히 안겨 고이 자는데
어느새 노래를 잊네
나도 너도 다들
빵빵빵 꽥꽥꽥 왁왁왁
울부짖어도 듣는 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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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아주아주 오래도록 ‘노래하는 이웃’으로 우리 곁에서 살아왔어요. 까무잡잡 싱그러운 흙이 풀꽃나무를 돌보듯 ‘매미 애벌레’인 ‘굼벵이’를 품어 주어 느긋이 꿈꾸도록 보살피지요. ‘매미소리’를 시끄럽다고 여기는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이 시끄러운 줄 잊고서 노래를 잃어버립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