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집현전 - 조선 최고의 두뇌가 모였다! 조선의 싱크 탱크
손주현 지음, 이해정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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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책

숲노래 어린이책 2022.8.12.

맑은책시렁 280


《여기는 집현전》

 손주현 글

 이혜정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2.7.15.



  《여기는 집현전》(손주현·이혜정, 책과함께어린이, 2022)을 읽었습니다. 글쓴이는 머리말부터 ‘세종 임금을 으뜸으로 섬긴다(존경)’고 밝힙니다. 다시 말해, 집현전을 다루는 책을 여미면서 그만 ‘모두 세종 임금이 훌륭하기 때문’으로 맺습니다.


  우리는 알아두어야 합니다. 세종 임금이 편 여러 틀(제도)이 훌륭했다지만, ‘빈틈이 없는 줄사다리(신분계급사회)’에서 ‘나리(양반)’에 드는 사람한테만 훌륭했습니다. 줄사다리에 들지 못하는, ‘나리가 아닌’ 사람은 종(노예)일 뿐이요, 이 줄사다리는 아무나 건널 수 없었습니다.


  세종 임금이 편 틀 가운데 훈민정음이 가장 훌륭하다고 여기는데, 막상 임금·사대부·신하는 ‘우리말 아닌 중국말’을 썼고, ‘한문으로 글을 남깁’니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말하고 한문을 모르면 벼슬자리를 못 얻습니다. 땅을 가꾸고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람들은 중국말이건 한문이건 배울 길조차 없을 뿐 아니라, 듣거나 쓸 일마저 없습니다. 몇몇 종(노예)이나 흙지기(농민)가 훈민정음을 어렵사리 익혔더라도 이들은 벼슬자리에 나아갈 길이 아예 없고, 목소리를 낼 길도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줄사다리(신분계급)로 짜놓은 판에서 ‘흙지기’도 ‘순이(여성)’도, 하나하나 따지자면 “없는 사람”이자 “돈(양반한테 사유재산)”이었습니다. ‘집현전’은 틀림없이 똑똑한 사람이 모인 곳입니다만, ‘양반·사대부·신하’ 사이에서만 뽑은 똑똑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숲·흙·바다·들·아이·삶·살림·마을·시골을 알거나 사랑하는 사람은 집현전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그런 데가 있는 줄조차 모르며 살았어요.


  우리는 어린이한테 무엇을 ‘역사’란 이름으로 알려주려는가요? 《여기는 집현전》은 ‘세종 임금을 첫손꼽힐 훌륭한 분으로 만들어 섬기기’를 하려는 줄거리가 너무 짙습니다. ‘한글’은 일제강점기에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붙여서 퍼뜨린 이름입니다. 주시경 님은 ‘우리말·우리글 얼개(문법)’를 처음으로 짜서 펴고 가르친 사람입니다. ‘훈민정음’은 ‘중국말소리를 나라에서 세운 틀에 따라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타내도록 짚은 길잡이’입니다. 곰곰이 보면, 훈민정음은 중화사상·사대주의로 엮었다고 할 만합니다. 조선 무렵에는 오늘날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고을마다 사투리가 대단했습니다. 게다가 ‘조선 팔도 사투리’로 중국말을 했으니, ‘조선 사투리로 소리를 내는 중국말’은 중국에서뿐 아니라 조선에서조차 서로 알아들을 길이 없었습니다. 이런 바보스러운 일을 바로잡으려는 ‘소리틀(발음기호)’로 삼은 훈민정음입니다.


  숱한 나리(양반)하고 글바치가 처음에 훈민정음을 거스른 까닭을 제대로 밝힐 노릇입니다. 나리·글바치는 세종 임금이 중화사상·사대주의를 안 하려나 싶어서 처음에 거슬렀지만, 훈민정음이 ‘중국말을 담는 소릿값’일 뿐인 줄 알고 나서는, 곧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온 뒤로는 더는 거스르지 않았습니다.


  집현전 사람들이 왜 ‘중국말 소리(한자 소리)’를 그렇게 살피고 따졌을까요? ‘훈민정음은 발음기호 구실’이기 때문에, 모든 중국말 소리를 또렷하게 갈라서 담아내는 틀로 세우려고 했거든요.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글에는 ‘사라진 훈민정음 글씨(발음기호)’가 많습니다. 왜 사라졌느냐 하면, 이 훈민정음을 쓰던 여느 사람들 스스로 느끼기도 했고, 우리말결(국어문법)을 처음으로 세운 주시경 님은 ‘더는 발음기호로 삼지 말고, 우리말을 담아내는 그릇인 우리글로 삼자’고 생각했거든요. 발음기호가 아닌 우리글이 되기를 바랐기에 이름을 ‘한글’로 새로 지었습니다. 이러며 주시경 님은 이녁 글이름을 ‘한힌샘’으로 지었지요.


  봉건질서를 단단히 세우려는 뜻이었기에 ‘훈민정음’을 엮었고, 이 훈민정음은 ‘중국말을 조선 사투리대로 읊던 모습’을 ‘표준 서울 중국말씨’로 그러모으려는 속뜻입니다. 세종 임금은 ‘우리글’이 아닌 ‘중국말 발음기호’를 엮었습니다만, 아무리 ‘소릿값’을 엮었더라도, 수수한 사람들은 이 소릿값을 새롭게 추슬러서 ‘우리글’로 바꾸어 냈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눈을 떠야겠어요. 세종 임금을 치켜세우는 틀은 내려놓고, 우리 생각을 우리 나름대로 우리 말글에 실어 우리 살림을 슬기롭게 짓는 새길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글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짓고, 우리말결을 처음으로 닦아, 자주독립해방운동에 온몸을 바친 주시경’이란 조그마한 사람을 눈여겨볼 줄 알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세종은 중화사상이고 뭐고 백성이 더 중요했어요. 한자는 어려운 글자인 데다 우리말과 맞지 않으니 시간 없는 일반 백성들은 깨칠 수가 없었어요. (61쪽)


집현전 젊은 학사들은 한자의 소리에 관한 모든 책을 조사했어요.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이 있자, 명나라에 가는 사신단에 끼어 더 알아보고 왔어요. 이런 고생 끝에 결국 우리 글자인 한글이 탄생했어요. 하지만 바로 세상에 알리지 못했어요. 10년 넘게 고생해 만들었지만 명나라 눈치도 봐야 하고, 중화사상을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대부 양반들의 저항도 따져 봐야 했거든요. (63쪽)


세종은 새 글자로 한자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면 조선의 학문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자의 발음은 중국과 조선이 다르고, 중국 안에서도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어요. 한자의 발음을 통일하면 자료를 찾기도 쉽고, 서로 다르게 알았던 이론을 하나로 정리할 수 있을 테니까요. (64∼6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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