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9.
《트윈 스피카 4》
야기누마 고 글·그림/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4.1.20.
볕이 가득한 날에는 깔개·이불을 마당에 말리고서 슬슬 걷어야겠구나 싶을 즈음, 미리 담가 놓은 빨래를 헹군다. 오늘은 도마한테도 햇볕을 먹인다. 늦은낮에 골짜기를 찾아가는데 물이 얕다. 다른 고장에는 비가 잦다지만, 올들어 고흥은 가물 뿐 아니라 가랑비조차 드물다. 비가 오기에 좋거나 해만 비추기에 나쁘지 않다. 모두 뜻이 있다. 하늘을 읽고서 이 삶길을 헤아리기에 살림을 짓는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고작 백 해쯤 앞서만 해도 누구나 하늘읽기를 했고, 흙읽기에 풀읽기를 했다. 사랑읽기에 마음읽기도 누구나 했다. 일본이 총칼로 짓누른 마흔 해 즈음 탓에 살림짓기·살림읽기를 잃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스스로 삶짓기·삶읽기를 잊었을 뿐이다. 《트윈 스피카 4》을 다시 읽어 본다. 이 별 바깥에서 이 별을 바라보고 싶은 아이들이 어떻게 얼크러지고 꿈을 키우는가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짚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줄거리를 그리는 글님도 그림님도 그림꽃님도 드물다. 글감이나 그림감이 대단해야 하지 않다. 수수한 자리에서 투박하게 흐르는 바람결을 느껴서 우리 숨결로 녹이면 넉넉하다. 둘레(사회)에 맞추려니 스스로 바보가 될 뿐이다. 싸우면 함께 죽고, 살림하면 함께 빛난다.
ㅅㄴㄹ
#ふたつのスピカ #柳沼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