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숲놀이 (2022.5.13.)

― 고흥 〈더바구니〉



  지난 삼월에는 고흥 마을책집 〈더바구니〉로 시골버스를 타고서 돌고돌아 찾아간 뒤, 다시 돌고돌아 집으로 왔습니다. 시골에서 시골로 오가는 길은 시골에서 서울 다녀오는 길보다 멀기 일쑤입니다.


  큰고장이나 서울이야 사람이 워낙 많으니 버스가 많을 뿐 아니라, 전철을 새로 놓고, 마을버스도 많아요. 더구나 얼마 안 기다리면 버스도 전철도 와요. 이와 달리 시골은 사람이 적은 만큼 시골버스도 뜸하고, 내리는 곳도 띄엄띄엄 멉니다.


  시골에서 살며 부릉이(자동차)를 몰지 않는 사람은 드뭅니다. 부릉이가 있으면 틀림없이 시골에서 여기저기 다니기 수월합니다. 그러나 시골에서까지 부릉이를 몰면 빈터를 잡아먹고 풀밭이 사라집니다. 시골에서조차 부릉이를 몰면 나무가 설 자리가 줄고, 아이들이 뛰놀 자리에 풀죽임물(농약)을 마구 퍼부어요.


  시골에서는 두 다리를 바탕으로 자전거를 달리면서 살아갈 적에 느긋하면서 넉넉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시골버스를 알맞게 타면 즐겁고, 이따금 택시를 타면 돼요. 오늘은 〈더바구니〉로 자전거를 달려갑니다. 두 아이가 많이 어릴 적에는 이따금 도양읍이나 나로섬까지 자전거에 태우고서 마실을 다녔습니다.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로는 발포 바닷가하고 천등산 골짜기를 가장 자주 다녔어요. 구암 바닷가하고 멧자락을 타는 길도 들딸기를 훑으러 늦봄하고 첫여름에 즐겨다녔고요.


  도화면 동백마을부터 달리는 자전거는 풍양읍 깔딱고개에서 살짝 쉽니다. 이 깔딱고개는 들딸기밭이거든요. 저절로 돋은 들딸기가 있고, 제가 슬쩍슬쩍 던져서 심은 들딸기가 있습니다. 널리 퍼지기를 바라면서 해마다 조금씩 옆으로 던져 주곤 해요. 우리 집 아이들도 누리고, 〈더바구니〉 책지기님한테도 드리려고 빈 통을 챙겨서 바지런히 들딸기를 훑습니다. 이러고서 다시 신나게 달립니다.


  우리 집부터 도양읍(녹동) 마을책집 사이는 30킬로미터가 조금 안 됩니다. 제 자전거로 50분이면 달릴 길입니다. 이 길을 큰고장으로 친다면, 인천 하늬녘 끝인 동인천역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역 사이라 할 만해요. 큰고장은 시골과 달리 건널목이 많기에 인천하고 서울 사이를 자전거로 달리자면 1시간 즈음 걸리더군요.


  책집까지 자전거로 잘 달렸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박비가 쏟아져요. 아까 들딸기를 훑던 깔딱고개 길섶에서 뾰족이를 밟았는지 앞뒤 바퀴가 나란히 터지기도 합니다.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자전거를 끕니다. 두 시간 반 즈음 걸으니 집에 닿아요. 숲하고 노는 책살림을 그리는 〈더바구니〉를 책이웃으로 삼으려니, 이렇게 빗방울 맛을 듬뿍 느끼는 셈일까요. 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걸었습니다.


ㅅㄴㄹ


《무심하게 산다》(가쿠타 미쓰요/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3.25.)

《봄 선물이 와요》(도요후쿠 마키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21.1.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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