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커 일러스트레이터 1
조안나 캐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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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8.6.

인문책시렁 230


《주디스 커》

 조안나 캐리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20.9.1.



  《주디스 커》(조안나 캐리/이순영 옮김, 북극곰, 2020)를 읽었습니다. 언제나 그림책으로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만난 이웃나라 어른이 걸어온 길을 새삼스레 돌아볼 수 있으니 반갑습니다. 《주디스 커》가 아닌 ‘주디스 커 그림책’을 읽기만 해도 이분이 얼마나 신나게 뛰놀면서 자랐는지 알 만하고, 아이들한테 ‘놀며 노래하는 기쁜 하루’를 온마음으로 물려주려 하는가를 느낄 만합니다.


  범을 그리든 고양이를 그리든 언제나 바탕은 ‘놀며 노래하는 하루’입니다. 뭔가 가르치거나 깨우치려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그저 놀고 다시 놀고 새로 놀다가 ‘아, 배고프니 뭘 좀 먹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밥을 지어서 차리’지요. 도란도란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수다꽃을 피우면서 밥을 먹고서 함께 즐거이 치우고는 조금 더 놀거나 수다꽃을 피우다가 꿈나라로 날아가요.


  주디스 커라는 이웃나라 어른이 그림책에 담는 마음을 새록새록 돌아보다가 우리나라 그림책을 헤아려 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놀며 노래하는 하루’를 그림책으로 담는 붓길이 드뭅니다. 어쩌면 아직 없다고까지 말할 만합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우리나라에서 그림님(그림책 작가)으로 일하는 분 가운데, 어릴 적에 마음껏 놀거나 실컷 놀거나 신나게 논 분이 드물거든요.


  붓질을 배워야 그림을 잘 그리지 않습니다. ‘드로잉·아트’를 익혀야 그림책을 잘 여미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그리고 싶다면 먼저 ‘놀며 노래할’ 노릇입니다. 또 놀며 노래하고, 다시 놀며 노래하고, 자꾸자꾸 놀며 노래하다가 끝없이 놀며 노래하면 되어요. 언제까지 놀며 노래하느냐고요? 놀며 노래하다가 지쳐서 곯아떨어질 때까지 놀며 노래하면 됩니다.


  모든 어린이는 놀며 노래하려고 태어났습니다. 아이들은 ‘누리놀이(인터넷게임)’가 아닌 놀이를 하려고 태어났어요. 이따금 누리놀이를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마당놀이나 들놀이나 골목놀이가 사라진 채, 소꿉놀이나 살림놀이나 수다놀이가 없는 채 누리놀이만 한다면,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빛꽃(사진)을 담을 적에 으레 틀에 박힌 굴레에 갇혀요.


  그림책을 안 읽는 어른이 꽤 많습니다. 한동안 그림책을 읽다가도 아이가 열네 살에 이르면 그림책을 몽땅 치우는 어른도 많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어른은 언제나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 눈높이로 살림을 지어 함께 웃고 노래할 삶을 가꾸려는 마음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림책을 잊는 어른은 언제나 어린이를 내려다보고 심부름만 맡기고 온통 어른나라로 억누르는 따분한 틀을 세우려는 마음이라고 하겠어요.


  다만 “무늬만 그림책”이 아닌 “놀며 노래하는 마음인 그림책”일 노릇입니다. “놀며 노래하는 마음”에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으며 이야기도 있고 고요도 있어요. 놀이하고 노래가 빠진 마음에는 웃음도 눈물도 이야기도 고요도 없이, 가르침만 있고 멍울만 있고 서울살이(도시생활)만 있더군요.


ㅅㄴㄹ


선생님이 ‘우리’라고 말할 때마다 주디스는 기분이 오싹했다. 선생님이 아무 영혼도 없이 도식적으로 튤립을 그릴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16쪽)


한 선생님은 미술교육과 아동 미술에 대해 진보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냥 보이는 걸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단지 제가 본 모습 그대로를 그리고 싶었어요.” 주디스는 다소 지친 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그 수업을 그만두었다. (20쪽)


주디스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작업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갑자기 그림책 일러스트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자녀를 둔 부모로서 좋은 그림책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53쪽)


주디스는 닥터 수스에게 영감을 받아 다른 모그 책에서 약 250개 단어 정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76쪽)


다시 그림 그리는 것이 삶의 중심이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내가 누군지를 알아요.” (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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