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8 좋지도 나쁘지도



  말은 그저 말입니다. 좋을 까닭도 나쁠 일도 없습니다. 말에는 이 말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느냐를 고스란히 담아요. 말을 들을 적에는 “아, 저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구나” 하고 깨닫고, 말을 할 적에는 “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구나” 하고 밝히는 셈입니다. 좋은말·나쁜말이 없다면 어떤 말을 써야 하느냐 헷갈리거나 헤맬 수 있겠는데, 길은 늘 하나예요. ‘스스로 사랑하는 말’을 가려서 쓰면 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말’을 살피거나 헤아리거나 생각하지 않고서 말을 하기에 이야기로 잇지 않기 일쑤입니다. ‘좋은말·나쁜말’을 따지려 들기에 이야기(의사소통)가 아닌 싸움(갈등·불화·전쟁)으로 불거집니다. 저이가 저 말을 쓰는 까닭은 저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으로는 저이 삶이 바보스럽더라도 저이한테는 하나도 안 바보스럽습니다. 우리 눈으로는 우리 삶이 훌륭하더라도 저이한테는 하나도 안 훌륭합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갈라 놓지 말고, 서로 생각을 나눌 말을 살펴서 쓸 일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지을 하루를 그리면서 말을 한다면 싸움도 다툼도 없어요. 꾸미려는 말이기에 뜻이 오락가락하고, 허울이 가득하고, 싸움으로 번집니다. 말에서 힘을 빼 보셔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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