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29.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임정희 글, 남해의봄날, 2021.3.30.



구름은 가득하되 비는 없는 나날이다. 다른 고장에서는 함박비가 자주 내린다는데, 어쩐지 전남 고흥은 가물다. 더구나 고흥에서도 동강 쪽은 비가 꽤 내려도 도화 쪽은 매우 가물다. 해가 날 듯 말 듯하다. 그래도 빨래를 한다. 해가 나면 마루로 옮기지.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를 읽다가 쉬다가, 다시 읽다가 쉬기를 되풀이한다. 글을 참 잘 쓰셨다고 느낀다. 다만, 아이들하고 조금 더 느긋이 놀고 노래하고 춤추는 하루를 보내고서 글을 덜 쓰시면 어떠했을까 싶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본스런 한자말 ‘동심’을 그냥 쓰는데, ‘어린이넋’이나 ‘어린넋·어린빛’이라 하면 된다. ‘아이넋·아이빛’처럼 우리답게 우리말로 새롭게 쓰면 넉넉하다. 아이를 바라보며 왜 ‘아이’라 안 하고 ‘동(童)’이란 한자를 끌어들여야겠는가? 책이름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멋을 덜어내어 “어쩌면 아이넋이 그대를 살릴지도”나 “어쩌면 어린빛이 우리를 도울지도”나 “어쩌면 아이빛이 모두를 사랑할지도”나 “어쩌면 어린넋이 다같이 품을지도”처럼 이야기할 만하다. ‘당신’도 ‘구원’도 우리말이 아닐 뿐더러, 어린이한테 쓸 만하지도 않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담자면, ‘어린이 마음말’을 생각하면서 쓰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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