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27.


《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글/이지수 옮김, 더블북, 2022.4.20.



읍내 우체국에 가려다가 버스를 놓친다. 눈앞에서 놓치면 어쩔 길이 없지. 다리를 쉬려 했으나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들길을 달리며 생각한다. 읍내 우체국으로 시골버스를 타고 다녀올 적에는, 버스는 타되 한참 걷는다.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달릴 적에는 혼자 조용히 들바람을 쐰다. 시골버스를 타고 오가는 길에는 노래꽃을 쓰고 하루쓰기를 할 틈이 있지. 우리 집에서는 바람이 이따금 불지만 마을길하고 들판에는 바랑이 휭휭 세차게 분다. 나무가 없는 곳은 바람이 매우 세다. 오늘날 서울(도시)에서는 나무를 잿빛 둘레에 멋으로 삼아서 젓가락처럼 박으며 ‘조경’이란 이름을 붙이는데,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숲하고 시골에서는 ‘살림길’로 나무를 품고 돌보았다. 《이걸로 살아요》를 읽었다. 재미있으면서 허전했다. 2022년이 아닌 2002년에 읽었다면 꽤 재미난 책으로 여겼을는지 모르나, 시골사람 눈으로 책을 읽자니 무척 심심하다. 삶을 누리는 재미를 어디에서 보거나 느끼거나 찾는 오늘일까? 사람으로 빛나는 하루를 어떻게 느끼고 헤아리면서 나누는 길인가? 슬금슬금 후박알을 훑는다. 후박알을 가만히 본다. 한꺼번에 열매를 안 맺는다. 천천히 천천히 맺어 새한테 두고두고 밥살림을 베풀어 준다.


ㅅㄴㄹ

#むれようこ #群ようこ #これで暮らす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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