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7.17.
오늘말. 별똥
전남 고흥 도화면 작은마을 길이름(도로명주소)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벼슬집(군청·면사무소)은 아무 말도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하자면 예부터 ‘감투’란 이름으로 그들 일꾼을 가리킬 만합니다. 머리에 뭘 썼기에 우쭐거리거든요. 작은 시골마을 길이름은 ‘객사거리길’이었는데 ‘동백길’로 바뀌어요. 조선 무렵에 길손채나 손님채 노릇을 하던 곳이 있었기에 ‘객사거리길’이라 붙였다는데, 뜻으로 보면 나쁠 일은 없되, 한자에 얽매인 이름이란 대목을 짚을 노릇입니다. 길에서 죽으면 길죽음이요, 쓸쓸한 죽임입니다. 이때에 ‘동티’로 가리키기도 하고 ‘벼락죽음’이나 ‘개죽음’이라고도 해요.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며 누리는 데는 ‘나들칸’이면서 ‘잠터’입니다. 나그네가 머무는 집이기도 합니다. 한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자로 말을 지을 테니 하늘을 ‘하늘’이라 말하지 못하고, 기다리거나 지켜볼 적에 ‘기다리다·지켜보다’라 말하지 않더군요. 비처럼 떨어지는 별은 별비이자 별똥비입니다. 어쩌면 별똥도 나들이를 마치고 이곳에 깃들어 쉬려는 길일 만합니다. 한밤에 글 한 줄을 쓰다가, 글자락을 여미다가 밤빛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바람·하늘 ← 대기(大氣)
기다리다·있다·참다·머무르다·머물다·보다·바라보다·구경·지키다·지켜보다·지켜서다 ← 대기(待機)
별똥·별똥별·떠돌이별·맴돌이별·별 ← 유성(流星)
밑글·바탕글·바닥글·글·글월·글자락 ← 지문(地文)
개죽음·길죽음·길에서 죽다·슬픈죽음·슬프게 죽다·쓸쓸죽음·쓸쓸히 죽다·동티·벼락죽음 ← 객사(客死)
길손집·길손채·나그네집·나들칸·나들채·마실집·마실채·손님집·손님채·자는곳·잠집·잠터·잘곳·잘자리·잘집·잘터 ← 객사(客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